서부 아프리카의 아이보리코스트(Ivory Coast·상아해안) 코트디부아르에서 프랑스군과 정부군 간의 교전으로 8일(현지시간) 사흘째 대규모 주민 소요가 발생하고, 프랑스가 병력 660여명을 증파키로 하는 등 양측간 장기적 유혈 분쟁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 군은 이날 탱크 수십대를 동원,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 관저 주변을 포위해 사태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이번 사태는 코트디부아르 정부측 전투기들이 6일 1년 여의 휴전을 깨고 북부 반군 점령 지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군 기지까지 폭격, 프랑스군 9명과 미국 민간인 1명이 숨지면서 촉발됐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오폭이라고 해명했으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즉각 보복을 지시, 코트디부아르 정부군 전투기 2대와 헬기 5대를 파괴했다.이어 수도인 야무수크로 등에서 정부군과 프랑스군 간에 교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현지 대통령 관저를 포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 주민들의 반불(反佛) 감정이 폭발, 현지 프랑스 학교가 방화를 당하기도 했다. 코트디부아르에 체류중인 프랑스인 1만4,000여명이 신변에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8일 "지난 주말 코트디부아르의 주요 도시인 아비드잔에서 410여명의 부상자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코트디부아르는 30년 이상 군사독재를 거쳐 현 그바그보 대통령의 집권기인 2002년 9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내전에 돌입한 상태이다. 이후 프랑스군 4,600명 등 1만 여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은 이곳에 주둔해 완충역할을 해왔다.
결국 이번 사태는 프랑스가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서 유지해온 중립을 깨고 정부군에게 총구를 겨누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마마두 쿨리발리 코트디부아르 국회의장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을 상기시키면서 "이제 우리는 시라크 대통령이 수립하려는 권력에 대항하는 반군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장기적 대불 항전을 경고했다.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한치 양보 없이 사태를 장악할 태세이다. 프랑스는 7일 코트디부아르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를 유엔에 요구한데 이어 그바그보 대통령에 책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프랑스군의 시위 대응 과정에서 현지 주민 수십 명이 사망한 데다, 프랑스가 아비장 공항을 통해 자국민 대피 계획을 세울 정도로 양측간 앙금이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이 프랑스군은 반군으로부터도 정부군을 돕는다는 비난을 듣고 있어 프랑스계 주민들은 양쪽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형국이 됐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성을 찾아야 하며 군사력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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