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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밑그림-성공의 관건과 쟁점/SOC 10조 투자로 경기 살릴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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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밑그림-성공의 관건과 쟁점/SOC 10조 투자로 경기 살릴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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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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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마련 중인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장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서 민간·공공자본을 최대한 동원해 사회간접자본(SOC)과 임대주택 건설, 정보기술(IT) 부문에 중점 투자하는 뉴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내용과 규모, 효과는 물론 연기금 동원 등 자금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견해가 분분하다. ‘한국판 뉴딜’이 자칫 건설경기 거품만 조장할 뿐 내수 진작에는 실패하고 재정악화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특히 야당에서는 뉴딜에 대해 "미래 세대에 빚을 지우는 정책"(한나라당), "정부재정과 민간자본으로 새로운 투기처를 제공하고 연기금을 투기에 동원하려는 ‘새로운 거래(new deal)’"(민주노동당)라며 비난공세를 퍼붓고 있다.

◆ 사업내용과 규모, 타당한가 = 정부는 12월초까지 세부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과 규모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각 부처가 제시한 부양책을 총망라할 경우 뉴딜의 규모는 수십조원대로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핵심사업인 SOC 건설만 볼 때 연기금과 재정을 포함해 10조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의 규모로 경기를 살릴 수 있을지,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 의도대로 민간자본이 유치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뉴딜의 상당부분이 노인요양시설, 학교시설, 공공청사 등 복지형 투자여서 경기부양은 물론 성장잠재력 확충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책 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뉴딜은 단기적으로 내년 성장률을 높일 수 있으나 장기적 잠재성장률과는 무관하다"면서 "재정을 앞당겨 쓰면 그 이후에는 덜 써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효석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뉴딜은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신성장동력 산업과의 연계가 미흡하다"면서 "건설 경기를 살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런 사업만으로는 청년 실업과 국가경쟁력 및 효율성을 높이는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 ‘연기금 끌어쓰기’, 문제없나 = 뉴딜의 핵심 재원으로 연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은 정부 입장에선 쓸 곳은 많지만 한정돼 있는 나랏돈의 지출을 줄이고, 연기금 입장에선 새로운 자금 운용처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연기금도 채권 시장 이외에 투자처 다양화가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연기금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뉴딜이란 명목 하에 국민의 돈을 반 강제적으로 끌어 쓰려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 내부에선 연기금이 뉴딜의 들러리로 무차별 동원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정부가 뉴딜을 발표하면서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민간도 투자하지 않으려는 곳에 연기금을 쏟아 붓는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 재정악화, 막을 방법 있나 = 뉴딜사업은 자칫 재정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만약 연기금 투자가 실패할 경우 정부가 재정으로 이를 메워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기금과 민자유치 사업에 대해 정부가 ‘국채 수익률+알파’의 수익률을 보장하기로 해서 연기금은 손실을 보전 받지만, 나라 곳간은 그만큼 축 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도 고속도로 등의 민자 SOC사업에서 교통량 예측이 크게 부풀려지는 바람에 정부가 매년 막대한 돈을 민간사업자 측에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정부는 당초 하루 자동차 13만3,000대가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이용량은 지난 3년간 예상치의 36~41%에 그쳤고 정부는 2001~2003년 약 3,000억원을 보전해주었다. 뉴딜이 실패할 경우에도 그 결과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세금으로 떠안게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계속 빚을 내서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것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꼴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왜 한국판 뉴딜 추진하나/'5% 성장률' 떠받치기

한국판 뉴딜은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의 뉴딜과 스케일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미국의 뉴딜은 1933~39년 6년간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이 투입된 데 비해 한국판 뉴딜은 사업집행 기간이 6개월(2005년 하반기)로 미국 뉴딜의 10분의1에도 못미친다. 투입규모도 1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이다. 토목사업에 역점이 두어진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소 유사할 뿐이다.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년 하반기 6개월간 예상되는 부족한 성장률(0.5%포인트)을 메우기 위해서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지적하듯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지 않으면 내년 성장률이 4%에 머물러 연간 일자리 창출규모가 30만개에 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내년에도 실업률을 현 상태로 유지하려면 일자리가 40만개는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장률이 5%는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미 확정된 정부 예산으로는 내년 하반기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적자국채 6조8,000억원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재정을 집행하면 되지만, 하반기에는 연기금에서 추가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만 넘기면 2006년부터는 경제자유구역 건설, 복합레저단지, 기업도시 등의 개발수요로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년 하반기가 정부로서는 최대의 고비인 셈이다.

재정경제부 일각에서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당초 부담스러워 했다. 재경부는 지난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업의 이름을 일반에 공모했는데, 1등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뉴딜’이라는 용어를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언론들이 미국의 뉴딜과 비교하면서 ‘한국판 뉴딜’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이헌재 부총리까지 "언론에서 그렇게 부르면 ‘뉴딜적 투자계획’이라는 말을 사용하겠다"고 밝혀 이 용어가 정착되는 듯 했으나 정치권 등에서 시비를 걸고 나와 앞으로 ‘뉴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 7일 당정청 워크숍에서 이해찬 총리는 "뉴딜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재계의 시각 "백화점식 말고 성장산업에 집중 투자하라"

정부 재정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 경기상황이라는 점에서 재계도 일단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뉴딜의 목표가 성장산업 분야의 경쟁력 제고임을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하고, 투자의 초점을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과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것처럼 탁아소 양로원 등 복지시설 건립 등까지 총망라할 경우 경기진작 효과는 일시에 그칠 수밖에 없고, 재정만 축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 전무는 "성장과 경기를 동시에 잡기 위한 프로젝트인 만큼, 성장산업 부문에 우선적으로 재정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IT 인프라 구축과 함께, SOC도 기업도시 건설 등 실질적인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상무도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것만 봐서는 뉴딜의 취지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재원이 복지정책 등 분배분야에 투입된다면, 그 파급효과가 일시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시설 건설이 단기적 건설수요는 촉발할 수 있을지 몰라도, 관련 산업의 전후방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디지털분야 뉴딜에 대해 IT업체들은 기대를 나타내면서도, 가시적인 일자리 창출에만 그치지는 않을는지 우려했다. 국가 재난시스템 구축이나 정부자료 전산화, 국유재산의 데이터베이스화 등의 경우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는 있겠지만 IT부문 신산업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본부장은 "뉴딜의 성공여부는 재정투입의 파급효과를 얼마나 길고, 크게 끌고 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IT부문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투자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초기 손실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신산업 시장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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