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배정혜(60)씨가 춤 인생 55년과 자신이 만든 리을무용단의 창단 20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준비중이다. 15, 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법(法)-타고 남은 재 2’를 올린다. 그녀가 직접 안무하고, 출연하는 이 작품의 제목은 1977년 발표했던 자신의 대표작 ‘타고 남은 재’에서 가져온 것. "55년 춤 인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무대라는 생각"으로 붙인 이름이다.불교적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은 인간이 태어나기 전 명(暝)의 세계, 태어난 후 사랑·욕망·질투·소유욕과 경멸을 다룬 색(色)의 본능, 승무의 춤사위를 접목한 멸(滅)의 종장으로 되어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 그녀는 생애 처음 누드로 출연한다. 온 몸에 금칠을 하고 보살춤을 춘다. "작품에 다비식 장면이 있어요. 나상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아무도 하겠다고 나서질 않아서 후배들에게 용기도 줄 겸 직접 출연하게 됐죠. 막상 벗고 춤을 춰보니 더 넓은 세계가 터지는 느낌이에요."
5세 때 춤에 입문한 그녀는 8세에 첫 무대에 섰고, 12세 때 첫 개인발표회를 하며 무용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어릴 적 이름은 배숙자(본명)였는데, 대학졸업 후 직업무용가로 나서면서 ‘천재소녀 배숙자’의 꼬리표를 떼고 싶어 이름을 바꿨다. 그동안 ‘타고 남은 재’ 이후 80년대 ‘유리 도시’, 90년대 ‘불의 여행’, 91년 작 ‘떠도는 혼’ 등 화제작을 발표하며 안무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녀는 지난 해 초 국립무용단 단장직을 끝으로 오랜 공직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30대 초반부터 10년간 선화학교 무용부장으로 있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국립무용단을 맡기 전에 국립국악원 무용단 상임안무가, 서울시립무용단 단장으로 일했다.
이번 공연에 맞춰 한국춤의 원리와 특징, 훈련법을 정리한 책 ‘배정혜의 7일간 춤여행’도 펴냈다. 특히 이 책은 한국 전통춤의 체계적인 훈련법으로 그녀가 고안한 ‘바기본’을 정리하고 있다. 발레 무용수들이 지지대인 바(Bar)를 잡고 기본동작을 연습하듯, 우리 춤을 추기 위한 기본훈련법으로 12가지 상체호흡법과 하체호흡법을 제시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경기 양평의 집에 틀어박혀 1년 10개월 간 책을 썼다. "기본이 튼튼해야 우리 춤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고 쓴 겁니다. ‘바기본’은 발레나 현대무용과 달리 한국춤은 왜 체계적인 훈련법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한국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만든 거에요. 30대 초반 선화학교에서 가르칠 때부터 해온 고민을 30년 만에 마무리한 셈이지요."
오미환기자 mhoh@hk.co.kr
***이번 공연은 리을무용단과 그가 몸담았던 국립무용단, 서울시무용단 단원들이 출연한다.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이 대본을 썼고, 연극연출가 김아라가 연출한다. 공연시각 15일 오후 4시, 16일 오후 8시. 문의 (02)588-3306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