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경제가 1930년대 미국 대공황과 같은 상태란 말입니까."7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당·정·청 경제워크숍에서는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명칭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누차"경제가 위기는 아니다"고 주장해온 정부 주장과는 달리 이 명칭 때문에 경제가 미국 대공황과 같은 최악의 상태라고 자인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해찬 총리도 "정부 내에서도 부적절한 용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정부의 무분별한 영어차용이 핵심 경제대책조차 자가당착의 코미디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이런 코미디는 따지고 보면 우연이 아니다. ‘참여정부’는 그 동안 "국어오염의 선봉에 섰다"는 비난이 일 정도로 각종 용어에서 영어를 남용했다.
‘로드맵’ ‘코드’ ‘올인’ ‘태스크포스’ ‘워크숍’ ‘아젠다’ ‘원스톱’ 등 이 그 대표적 예이다. ‘산업 클러스터’라는 단어도 있다. 연구·생산·금융지원시설 등이 모인 집적산업단지를 개념화한 것이다. 그러나 기자들조차 낯선 단어여서 초반에 일부 기사에서는 ‘산업 클러스트’라는 오기가 나올 정도였다. 뿐만 아니다. 청와대에는 ‘리더십 비서관’이라는 직제가 있다. 때문에 "비서관 중에 지도력이 뛰어난 사람이 가는 곳이냐"는 비아냥이 있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9월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이 선정하는 ‘우리말 훼방꾼’에 선정될 뻔 했었다. 당시 화들짝 놀란 청와대가 몇몇 용어의 개정을 내걸어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때 뿐이었나 보다.
이 총리는 8일 총리실간부회의를 주재하며 "앞으로는 정책 및 기타 용어에서 가능한 한 한국어를 쓰자"고 지시했다. 참여정부가 이번에는 정말로‘국어오염의 주범’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 주길 기대한다.
고주희 정치부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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