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까지 갈 것 없이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한국 뮤지컬 시장은 크게 뒤져 있습니다. 소득수준 격차를 고려하면 우리의 시장규모는 일본의 5분의 1정도는 되어야겠지만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일본에서는 ‘캣츠’ 한 작품으로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한국에서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올린 198억원 매출도 대단하다고 합니다."(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아직도 극작, 연출, 평론 등에서는 뮤지컬 전문인력 없이 연극의 극작가, 연출가, 평론가들이 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계적인 뮤지컬 교육프로그램도 개발돼 있지 않고, 우리말로 노래말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연구돼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정진수 성균관대 교수)
몇 년 사이 대형 수입 해외뮤지컬의 흥행성공에 힘입어 국내 뮤지컬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와 오리온계열의 롸이즈온 등 대기업 자본이 뛰어든 것도 뮤지컬공연의 시장성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 척박하다는 창작뮤지컬 분야에서도 ‘명성황후’‘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작품들이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을 정도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극단 시키(四季)의 한국진출 추진 소식에 뮤지컬계가 위기감을 호소한데서 짐작할 수 있듯, 우리 뮤지컬시장이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청강문화산업대학 주최로 8일부터 10일까지 계속되는 세미나 ‘한국 뮤지컬 산업의 글로벌 전략’은 우리 뮤지컬시장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이다. ‘세계 뮤지컬 산업 속에서의 한국 뮤지컬 산업의 위상’이란 주제로 8일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토론에 이어 올해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한 뮤지컬 ‘애브뉴Q’를 공동 작사·작곡한 로버트 로페즈와 제프 막스가 참여하는 워크숍 ‘뮤지컬 산업의 음악성 제고’(9일), ‘창작 전문인력 양성을 중심으로 본 한국 뮤지컬 산업의 현실’(10일) 토론이 이어진다.
첫날 토론에서 설도윤 대표는 한국 뮤지컬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선결과제로 뮤지컬 전용공연장 확보문제를 지적했다. 설 대표는 "대형 뮤지컬 공연이 가능한 무대가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4군데에 불과하다. 뮤지컬 공연무대가 매우 부족한데, 그나마 산하단체가 우선적으로 사용토록 해 대관 기회가 더욱 제한된다"며 "시장원리에 따라 다른 장르에 비해 관람수요가 많은 뮤지컬에 대관 기회를 늘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 그는 구민회관 같은 기존의 공공시설을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진수 교수는 10일 ‘한국 창작뮤지컬 발전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바람직한 모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뮤지컬 전문배우, 극본가, 작곡가, 작사가, 안무가, 연출가의 교육 및 재교육을 위해 뮤지컬제작사와 전문 극단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뮤지컬 트레이닝센터’를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정 교수가 제시한 트레이닝센터 모델은 뮤지컬 극단들이 티켓 판매금액의 3%를 갹출해 설립·운영한다. 그리고 배우의 경우 수료 후 5년간 회원단체 작품의 오디션에 우선적으로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되 캐스팅될 경우 출연료 상한선을 두고 극본, 작사, 작곡, 연출, 안무 분야는 쇼케이스를 통해 개발한 작품을 회원단체에 공개하는 기회를 제공토록 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청강문화산업대 이유리 교수는 "현재 한국 뮤지컬시장은 해외제작사만 살찌우고 자체 창작력은 저하되는 후진국형"이라며 "이번 세미나가 국내 뮤지컬산업을 돌아보고 제작 및 시장구조의 전문화 가능성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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