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본오종합복지관. ‘디지털카메라-포토샵 실습’ 강의를 두터운 돋보기 안경을 낀 은발의 할머니·할아버지 10여명이 진지한 자세로 수강하고 있다.이들은 강사의 말에 따라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실습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 노인 인터넷 교육의 메카
60대 이상 노인들의 인터넷 모임인 ‘은빛둥지’ (www.4u2.co.kr)가 실버 인터넷 교육의 성공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모임은 3년 전 안산시가 마련한 노인 컴퓨터학습에 참가했던 변영희(81·여) 회장 등이 주도해 발족됐다. 처음엔 자판 익히기 등 노인들의 컴퓨터 기초 과정 학습에만 주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노인 컴퓨터 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젊은 계층의 인터넷 동호회 수준에 버금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인터넷 실력은 대단하다. 현재 안산 등 수도권 일대의 야학, 노인 대상 컴퓨터 강좌에 6,7명이 정기적으로 출강하고 있다. 대부분 회원들은 인터넷, 엑셀, 포토샵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모두 개인홈페이지를 운영중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검색, 문서작성, 홈페이지 만들기 등을 평가하는 각종 노인정보화모델경연대회 입상은 이 모임 회원들이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
회원 김근순(62·여·서울 성북구 정릉동)씨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딸아이 가게의 메뉴판을 포토샵 등 각종프로그램을 이용해 매달 디자인 해준다"며 "할머니의 편지와 사진 등을 담은 육아 홈페이지를 만들어 손주들에게 선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노인들의 창업모델로
이들은 앞으로 컴퓨터교육을 소일거리가 아닌 창업 모델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적인 능력을 갖고 있지만 여건상 어쩔수 없이 현장을 떠나는 고급 인력의 노하우를 활용하자는 취지다.
주조(酒造) 전문기술을 갖고있는 최종수(76) 회원. 그는 술만드는 비법에 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최씨는 "포도주 담기 행사도 개최해 포도주를 직접 판매하거나 인터넷으로 판로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회원들은 이밖에도 영정사진 판매, 어린이 교육용 CD제작, 유아일기 프로그램 개발 등 인터넷을 이용한 각종 사업 아이템 선정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회원인 라영수(65) 안산 디지털시니어클럽 노인컴퓨터 중앙교육원장은 "10년 후 전체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할 노인 인력의 활용 여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통역, 관광, 영업 등의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노인들의 정보를 취합, 구인·구직을 도울 수 있는 전국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산=글·사진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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