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혜영(29·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최근 직장생활 3년 만에 자신의 승용차를 산 뒤 며칠간 기뻐서 밤잠도 설쳤다. 자동차는 김씨에게 출퇴근의 고단함을 달래줄 뿐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할 수 있는 자유를 안겨 줬다. 김씨는 그러나 차를 탈 때마다 속이 거북하고 메스꺼워 괴로웠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두통까지 생기면서 김씨의 차는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김씨처럼 차량 운전시 두통을 호소하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단 새차증후군에 대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새집증후군처럼 자동차 내장재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합성 자재와 페인트, 접착제 등 각종 화학물질이 두통이나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동차 내장재에서 발생하는 유기질소 화합물과 유황화합물이 신차증후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새집증후군은 5월부터 실내공기질관리법이 도입돼 친환경 건축자재사용이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등 제도화의 길에 접어든 상태지만 신차증후군의 경우 관련 법규조차 없어 소비자 구제를 받을 길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새로 뽑은 차가 아닌데도 차를 탈 때 두통이 있다면 차 내부의 공기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운전시 머리가 멍한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대부분 차량내 탄화수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 두뇌에 원할한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탄화수소와 이산화탄소의 경우 차량 내에 존재하는 양이 차량 외부의 도로에서 측정된 값보다 2~10배 많았다. 벤젠과 톨루엔의 양과 질도 차량 외부보다 더 안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대 조완근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버스 내부 공기의 오염도가 일반 환경보다 3~4배 높고 승용차 내부는 버스보다 다시 3~6배 더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부분의 운전자가 다른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환기 시스템을 ‘내기순환 모드’로 고정한 채 운행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탑승자의 호흡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등의 축적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2,000㏄급 승용차를 기준으로 2명 탑승시 내기순환 모드에서 운전할 경우 20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인 356ppm의 7배인 2,700ppm에 달한다.
사실 이미 수입차에서는 이러한 새차증후군 및 실내 공기 오염 방지 등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볼보자동차는 모든 차종에 외부의 유해 가스를 걸러주는 자동환기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고 알레르기 테스트를 거친 인테리어 내장재를 사용한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다수 차량들은 이러한 장치가 거의 없어 개인이 미리 알고 대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내기순환 모드에선 20분 이상 운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차를 공기가 좋은 곳으로 끌고 가 환기를 충분히 시켜주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자동차용 공기청정기(5만~7만원)는 내부의 공기정화, 배기가스 매연, 에어컨 오염에 의한 불쾌한 악취 등을 제거해 준다. 새집증후군 치료에 널리 쓰이는 광촉매 시공을 새차증후군 치료에 적용시킨 업체도 있다.
광촉매 시공은 화학성분을 배출하는 각종 마감재와 플라스틱에 특수한 광촉매 용액을 분사, 코팅막을 입혀주는 것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인한 새차증후군의 유해물질을 차단시켜 준다. 그린베어(1588-2539)의 새차증후군 광촉매 서비스는 경차(8만원), 중형차(15만원) 등 차량 크기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고 전문시공 기술자에 의해 서비스가 이뤄진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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