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출신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평생 5,000회를 넘게 안보강연을 해온 ‘백골 할머니’ 오금손(吳錦孫·예비역 대위)씨가 7일 국립묘지(대전현충원)에 묻혔다. 향년 74세.지난 4일 대전 중구 산성동 자택에서 심장질환으로 별세한 오 할머니는 올 9월까지만 해도 여군창설 54주년 행사에서 신세대 장병 등에게 안보의식을 고취시킨 공로로 공로패를 받았고 지난달 중순에는 5,014번째 강연회를 여는 등 고령에도 지칠 줄 모르는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1930년 중국 베이징에서 독립운동가 오수암씨의 외동딸로 태어난 오 할머니는 생후 1주일 만에 일본군에 의해 부모를 모두 잃었다. 혼자 중국인 가정에서 자란 그는 15살이던 43년 광복군에 지원해 항일 투쟁을 시작했다. 광복 후 개성간호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개성도립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수도사단 백골부대 간호장교로 자진입대,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오 할머니는 52년 4월 강원 화천 파로호 전투에서 인민군 6명을 사살하는 공을 세웠지만 포로로 잡혀 치아, 손톱, 발톱을 모두 뽑히는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탈출 과정에서 오른쪽 다리에 관통상과 허리에 파편이 박히는 부상을 입고 중공군 시체더미에서 10일간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휴전 후 23세 나이에 2계급 특진해 대위로 전역한 고인은 어느 날 길을 지나다 서로 싸우는 군인들을 보고 "전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데 싸우느냐"며 싸움을 말리고 1시간 동안 일장훈계를 했다. 이를 들은 소대장이 강연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가 돼 안보 강연을 시작했다.
지난 해 8월 백골부대에서 5,000회 기념 강연을 하는 등 이후 지금까지 전후방 부대와 전국 학교를 누비며 전쟁의 참상과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장병과 학생들에게 알리는 안보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50여년간 사흘에 한번 꼴로 전국을 누비며 안보강연을 한 공로로 국민훈장을 받았다.
특히 손수 마련한 음식을 들고 틈틈이 강원 철원 백골부대를 찾는 등 백골부대와 인연이 깊어 ‘백골 할머니’라고도 불렸으며,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위촉위원, 전쟁기념사업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오 할머니는 ‘영광의 가시밭길’ ‘파로호’ ‘60만 대군이 보는 파로호’ 등 3권의 저서를 남겼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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