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죽음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노심초사하기는 중동의 다른 절대 권력자들도 마찬가지다.이들은 아라파트 사후 중동 정세변화의 큰 그림보다는 오히려 그의 죽음이 자국 민주화 요구를 촉발하는 기폭제로 작용하지 않을까를 더 걱정하고 있다. 절대권력자가 사라진 뒤 야기되는 엄청난 정치적 혼란은 팔레스타인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는 지난해말 이라크 정권붕괴를 계기로 ‘아랍권의 민주화’를 주창하는 ‘대중동구상’을 공공연히 표명한 바 있어 이들 국가의 민주화 개혁 분위기는 어느정도 무르익은 상태다.
아랍권에서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걸프연안 국가들이 비교적 정치개혁에 의지를 내보이고 있으나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 이집트 시리아 등 국제무대에 영향력이 큰 국가들은 여전히 정치개혁을 거부하고 있다.
1932년 건국 이후 헌법도 의회도 없는 절대왕정체제를 계속해 오고 있는 사우디의 경우 83세의 파드 국왕이 22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다. 뇌졸중 백내장 등 각종 질환으로 압둘라 아지즈(81) 왕세제가 국정을 대신 챙기고 있으나 이들 사후 후계구도가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기 힘들다.
81년부터 23년째 집권하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76) 이집트 대통령은 급격히 나빠진 건강 때문에 올 여름 권한 일부를 총리에게 위임하기까지 했으나 후계구도는 여전히 장막속에 가려있다. 부자승계설이 소문으로 나돌 뿐이다. 공화국인 시리아의 경우 바샤르 알 아사드 현 대통령이 아버지의 권력을 이어 받았지만 정권 장악력은 훨씬 뒤쳐져 정국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나라의 권력교체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후계자 선정과정에서 예상치 않은 충격에 직면했을 경우 파장이 중동 전체의 불안요인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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