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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까치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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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까치밥

입력
2004.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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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따기가 쉽다. 익으면 저절로 송이가 벌어지고 밤알이 땅에 떨어진다. 나무에 매달린 밤도 장대로 후려쳐서 따거나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흔들어서 딴다. 그 아래 잘못 어정거리다가 머리에 밤송이를 맞을 수도 있으니, 밤을 따는 날은 삿갓을 쓰고 간다.거기에 비하면 감은 따기가 참 어렵다. 일부러 키를 낮춘 과수원 감이야 작은 사다리 하나만 있으면 되지만 마당가와 밭둑에 그냥 내버려둔 감나무들은 장대로 감이 달려 있는 가지를 하나씩 꼭 집어 돌려서 따야 한다.

예전에는 그런 감 하나 하나가 다 돈이어서 어느 나무도 남김없이 땄다. 매년 가을마다 곶감 수백 접을 하던 우리집도 아무리 많이 열리는 해라도 나무에 남기는 감이 없었다. 한 나무마다 하나씩 오직 까치밥만 남겼다.

그러나 지금은 감을 딸 손이 없다. 감을 따는 날엔 수시로 나무에 오르내려야 하는데, 이제 시골에 감나무에 올라갈 만한 사람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땅에서 하는 장대질도 한나절만 하면 팔과 고개가 떨어진다. 굵든 잘든 키 큰 나무의 감은 이제 모두 까치 차지가 되었는데, 까치밥이 흔해지니 까치도 감나무에 잘 날아들지 않는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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