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2000년 8월을 정점으로 49개월간 추세적인 하락세를 맞고 있어,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LG경제연구원은 5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정책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등 경기관련 지표가 1970년 지표가 도입된 이래 가장 장기간 추세적인 하강국면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 경기동향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통상 6~9개월 후의 경기를 예측해주는 지표다.
연구원은 가장 최근의 공식 경기 정점인 2000년 8월 이후 두 차례의 경기상승 시도가 있었지만 그 강도나 지속성 측면에서 회복다운 회복 양상을 보여주지 못했고, 두 차례 경기등락에서의 정점 수준 자체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조용수 연구위원은 "90년대 후반 20여개월 동행지수가 하락한 게 종전 가장 길었던 하강국면이었다"며 "최근 경기하락 국면은 초유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최근의 국내경기가 금리인하, 재정지출 확대, 감세 등과 같은 단기적인 부양책으로 치유되기 어려운 구조적 현상으로 고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위원은 "자본투자 증가세 둔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생산성 향상 지연 등 성장잠재력 자체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며 "저투자·저소비 현상이 조기에 차단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3%대, 또는 그 이하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경기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자생력을 잃었기 때문에 외부수혈이 없는 한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정부가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뿐 아니라, 저투자 현상 고착화를 막기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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