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4일 서울대 교양강좌에서 "최근 이상한 법이 시행된 뒤 모텔산업과 지방경제가 다 무너졌다"며 "어느 사회이든 찌꺼기를 버릴 하수구가 필요한데, 이를 억지로 막으니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나 나라경제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얼마전 "부총리 취임 이후 한숨 돌리려고 할 때마다 중국 쇼크, 대통령 탄핵, 달러화 약세 등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며 "최근 만들어진 이상한 법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우리 경제를 주무르는 관·재계 지도자가 약속이나 한 듯, 경기침체 가속화 주범으로 지목한 ‘이상한 법’은 성매매특별법이다. 패륜적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여성의 성적 존엄성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이 법은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명분을 가진 까닭에 입법과정에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집창촌 여성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모텔 룸살롱 등 향락업소의 영업관행이 된서리를 맞는 등 사회경제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이라며 부작용을 애써 외면하던 여성부마저 재활시설에 들어오지 않는 여성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렇게 보면 두 사람의 얘기도 경제회생의 중요성과 규제의 부작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에피소드 정도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그럴 수 없다. 우선 정책의 당위성과 현실, 완급조절 등을 그토록 강조해 온, 또 입법과정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해 온 두 사람이 뒤늦게 성매매특별법을 남의 일처럼 말하는 것은 너무나 황당하다.
우리나라가 성매매 천국이 되기까지 역사적으로는 성을 매개로 한 권력과 자본의 유착이, 제도적으로는 여성 착취적 노동시장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도 두 사람은 별로 결백할 게 없다. 그런데도 성매매가 우리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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