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8년 11월6일 영국 극작가 토머스 키드가 런던에서 태어났다. 1594년 같은 도시에서 졸(卒). 오늘의 주인공이 태어난 날은 엘리자베스여왕이 즉위하기 열하루 전이다. 키드는 한 아파트를 썼을 만큼 절친했던 벗 크리스토퍼 말로와 함께, 희극이 양적 주류를 이루고 있던 엘리자베스조 극문학에 비극의 물꼬를 튼 사람이다. 키드와 말로는 또 셰익스피어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극작가들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만년에 말로가 독신죄(瀆神罪)에 휘말리면서 키드 역시 투옥돼 심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키드가 36세로 요절한 것은 그 고문 후유증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키드가 대학엘 다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그는 말로, 존 릴리, 조지 필, 로버트 그린 등과 함께 이른바 대학재사파(大學才士派·university wits)에 속하는 극작가로 꼽힌다. 대학재사파란 16세기 말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하고 문단에 진출해 그 시기 영국 극문학에 활기를 불어넣은 일군의 작가들을 가리킨다. 키드는 일곱 살 때부터 10년 가까이 머천트 테일러스 스쿨에 다니며 라틴어, 고전 그리스어 등 집중적인 인문교육을 받았다. 또 그가 프랑스 극작가 로베르 가르니에의 ‘코르넬리'(1588)을 네 해 뒤 번역한 걸 보면 프랑스어를 알고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키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세네카의 비극 ‘튀에스테스'에서 영감을 얻어 쓴 ‘스페인의 비극'(1587년께)이다. 1578년부터 1580년 사이의 스페인-포르투갈 전쟁을 배경으로 팬터지와 극중극(劇中劇) 기법 등을 사용해 피비린내 나는 복수 이야기를 담아낸 ‘스페인의 비극'은 그 뒤 한동안 영국에서 복수극(revenge play)이 극문학의 인기 있는 장르로 자리잡는 계기를 만들었다. 키드의 ‘처벌된 형제살해'(1589)는 ‘햄릿'의 원형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