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T·CAPS 인비테이셔널 첫날 경기가 열린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파72) 7번홀(파4).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에 있는 큰 소나무 뒤에 떨어지자 박세리(27·CJ)는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소나무를 지지하고 있는 밧줄이 샷 방향에 걸린다고 판단, 경기위원에게 장애물 구제 요청을 했지만 "스윙에 직접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었기 때문.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인 박세리는 낮게 깔아 치는 아이언 샷으로 그린에 올린 뒤 10m 거리의 내리막에서 2퍼트로 막으면서 파세이브에 성공했다."세리가 이제 마음을 고쳐먹었어. 경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잘못은 승복할 줄 아는 여유가 생기면서 샷이 좋아진 거여." 아버지 박준철(55)씨의 관전평이다.
박세리(CJ)가 4일 대회 첫날 버디 6개,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로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를 기록하면서 1년 5개월 여 만에 국내 무대 우승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마지막 홀 6m 거리에서 3퍼트 실수로 보기를 범해 공동 선두에서 미끄러진 것이 아쉬운 대목.
박세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의 국가 대항전이고 또 3연패를 하고 싶어 출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12월4~5일·일본) 출전의사를 밝혔다.
이날 리더보드 맨 윗줄은 나란히 5언더파를 친 박현순(32·카스코)과 이정은(19)의 차지였다. 특히 결혼 6년 만에 첫 아이를 가진 박현순은 임신 6개월의 몸으로 이날 버디 8개를 쓸어 담는 괴력을 발휘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박찬호의 사촌누나인 박현순은 이날 전날 프로암을 함께 했던 한 아마추어 골퍼의 퍼트가 골프백에 들어있는 사실을 2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오기 전 발견해 경기위원에 이를 신고, 2벌타(클럽이 14개 이상일 경우)를 받고 더블보기를 하기도 했다.
용인=김병주기자 bjkim@hk.co.kr
■박세리 인터뷰/"너무 외로워 올겨울엔 사랑하고파"
"전에는 샷을 잘못하면 용서가 안됐어요. 그래서 골프치고 싶은 마음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죠. 18홀까지 가는 게 얼마나 길어 보였던지."
데뷔 이후 최악의 슬럼프에서 허덕여야 했던 박세리(27·CJ)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박세리는 4일 ADT·CAPS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생각이 너무 짧았다"고 고백했다.
"완벽주의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한번 목표를 삼으면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고 원하는 결과를 꼭 얻어야 한다고 집착하고, 잘못된 샷이 나오면 자기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어요. 그럴수록 샷은 더 나빠지기만 했는데."
한때 심리치료사까지 둘 생각을 했을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는 박세리는 "골프를 즐기면서 치는 것이 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마음이 편하니까 스윙감도 좋아졌다"는 박세리는 "내년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박세리는 올 겨울 편한 상대가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혼자 겪어야 하는 객지생활이 "너무 외롭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세리는 기자들에게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건네기도 했다.
용인=김병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