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병역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2계 사무실. 병역비리 브로커 최모(52)씨를 조사하던 강순덕(38·여) 경위는 화들짝 놀랐다. 일면식도 없는 최씨의 수첩에 담당 수사관인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던 것. 이유를 묻자 최씨는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군 비리 수사를 보고 강 경위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최씨에겐 강 경위도 ‘포섭 대상’이었거나 ‘요주의 인물’이었던 것이다.경찰이 최씨의 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찾은 수첩은 모두 14권. 여기에는 고위 외교관, 유명병원 원장, 중소기업 대표, 경찰관 등 다양한 인사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꼼꼼히 적혀있었다. 일부 인사들의 경우 주민등록번호와 실제거주지 및 주민등록상 주소지까지 구분돼 기록돼 있었고, 관절염의 종류 등을 그림과 함께 적어 놓은 메모와 모 의사의 면허번호 및 연락처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첩에 적힌 리스트를 놓고 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며 계좌 압수수색 등을 통해 추가 혐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 검찰은 이날 육군본부 의무감 소병조 준장이 2001년 수도통합병원장 재직시 브로커 최씨의 부탁을 받고 사병 1명을 추가로 의병제대할 수 있게 도와준 혐의를 밝혀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군 검찰은 또 400여명의 명단이 적힌 소 준장의 수첩을 확보해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군복무 중 질병으로 전역한 의병제대 사병 수는 2만982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수사가 확대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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