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들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경매브로커 출신 피고인을 수사협조 명목으로 수십 차례 검찰청사로 불러들인 뒤 법원 경매에 싸게 나온 부동산을 추천받아 구입하는 등 사적인 ‘재테크 자문역’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4일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수사관 4명은 올해 초 경매방해 사건을 수사하다가 이 사건과 관련 없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경매브로커 이모(43)씨를 ‘수사 협조자’라는 이름으로 수십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들은 이씨에게 법원 경매 물건 중에서 수익성이 좋고 문제가 없는 물건을 골라 낙찰받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씨의 구치소 출정기록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자신의 사건과는 무관하게 강력부 검사실 등에 모두 50여 차례나 소환됐으며, 검찰 수사관들은 같은 시기인 올 1월 말~2월 중순 집중적으로 아파트와 빌라를 낙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 취재결과 수사관 A(6급)씨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30평형, B(7급)씨는 경기 안양 아파트, C(7급)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S빌라, D(8급)씨는 서초구 양재동 L빌라를 각각 감정가보다 9,000만~1억4,000만원 낮은 가격으로 낙찰 받았다.
당시 이씨는 휴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검찰청사에 나가 사무실 컴퓨터를 이용해 경매물건을 분석, 수익성 좋은 물건을 싼값에 낙찰받게 해 주고 경매절차를 상담해 주는 등 수사관들의 재산불리기에 동원됐다.
이씨는 그 대가로 검찰청사에서 가족과 수시로 만나고 자신의 부동산 사무실과 연락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았으며, 심지어 부동산 사무실 직원을 동원해 부동산을 대신 낙찰받게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올 3월 집행유예로 출소한 뒤 이 같은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 자신의 변호사에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부동산을 구입한 수사관 4명은 모두 동일한 검사실 소속이었으며 이씨는 이 검사실 외에도 비슷한 시기에 형사부, 조사부 등 5곳의 검사실에 불려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이씨를 통해 경매 부동산을 구입한 검사나 검찰 직원이 더 있는지, 당시 수사관들을 지휘했던 검사가 이들의 행위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등에 대한 감찰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수사관들은 이 일로 아무런 징계나 조치를 받지 않았으며, 현재는 모두 타부서로 전출 간 상태이다.
경매 낙찰을 받은 한 수사관은 처음에는 "경매낙찰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수사하다 알게 된 지식으로 경매에 참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특히 직원들이 이씨에게 ‘협조’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면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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