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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56> 비비언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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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56> 비비언 리

입력
2004.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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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11월5일 영국 배우 비비언 리가 인도 다르질링에서 태어났다. 1967년 졸(卒). 비비언 리는 파리와 런던에서 연기를 배우고 20대 초부터 연극과 영화 활동을 거의 동시에 시작했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그녀가 두 해 차이로 연극과 영화에 잇따라 출연한 작품이다. 비비언 리는 이 작품에서 예민한 성격의 미국 남부 여성 블랑시 뒤부아 역을 맡았다. 그녀는 27세에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이자 연출가로 유명한 로렌스 올리비에와 결혼했으나, 46세에 이혼했다. 이들 부부는 연극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서 함께 타이틀롤을 맡기도 했다.영화 팬들에게 비비언 리는 무엇보다도 빅터 플레밍 감독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에서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배우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미국 남부 조지아주 타라 농장을 지키며 남북전쟁이라는 세찬 ‘바람’에 모든 것을 빼앗기면서도 들풀처럼 강인하게 살아가는 스칼렛은 원작자 마거릿 미첼의 펜 끝보다 오히려 비비언 리의 연기에서 실감나는 구체성을 얻었다. "내일 생각하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는 대사의 낙관주의 속에서 비비언 리는 스칼렛과 온전히 한 몸이 되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버금가게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비언 리의 또 다른 작품은 두 해 뒤에 개봉한 머빈 르로이 감독의 ‘애수’(원제는 워털루 브리지)일 것이다. 로버트 셔우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삼은 이 멜로드라마에서 비비언 리는 역시 전쟁(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바람에 휩쓸려 사랑을 잃고 영락의 길을 걸은 끝에 비참하게 죽는 무용수 마이라 역을 맡았다. 마이라와의 짧은 사랑 뒤에 긴 이별을 겪는 영국군 장교 로이 역은 로버트 테일러가 맡았다. 이별의 노래로서 ‘올드랭사인’이 이 영화 속에서만큼 감상적 배경을 이룬 예도 찾기 힘들 것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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