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클린턴 가와 부시 가의 재대결이 이뤄질 수 있을까. 2004년 대선의 막이 내리자마자 미국인들의 관심은 차기 대선으로 옮겨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넷 사이트 선거 토론마당을 비롯 미국의 언론들엔 차기 대권 구도를 예상하는 얘기들이 무성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57·뉴욕)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결도 그 가상 시나리오의 하나다. 4년 뒤 이들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나설 경우 1992년 빌 클린턴과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맞대결 이후 16년 만에 두 가문의 복수전이 치러지게 된다.
존 케리 후보의 패배와 상원 소수당 대표 톰 대슐 의원의 낙선으로 쑥대밭이 된 민주당에서 힐러리 의원은 4년 뒤 공화당으로부터 백악관을 찾아올 희망의 카드로 가장 먼저 떠오르고 있다.
케리의 패배는 민주당에는 뼈아픈 고통이지만 힐러리에겐 도전의 기회를 한층 넓혀주었다는 역설이 가능하다. 케리 후보가 당선해 2008년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12년 65세의 힐러리가 대권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4일 "패배한 케리가 힐러리에게 은색 천을 깔아 놓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힐러리가 대권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경쟁을 물리쳐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 출마, 패하긴 했지만 대중적 인기를 누린 존 에드워즈는 그녀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정치 평론가 로버트 키이저는 "새 인물만이 그녀의 유일한 잠재적 도전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에 당선된 바락 오바마(일리노이)와 톰 빌삭 아이오와 주지사 등이 힐러리의 도전자가 될 수 있다.
젭 부시 주지사는 부시 대통령 이후를 이을 뚜렷한 인물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공화당 내부 사정을 고려할 때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에겐 부시 가문 중에서는 가장 정치적 자질을 뛰어나다는 평가도 따른다. 그러나 그가 공화당의 차기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형 부시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공화당 내에선 9·11 테러 극복 과정에서 강력한 지도자상을 굳힌 데다 이번 대선에서 케리 후보 비난에 앞장섰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과 베트남전 참전 영웅 출신 존 매케인 상원의원, 빌 프리스트 상원 다수당 대표 등이 차기 대권 후보로 회자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은 63세에 심장 병력을 갖고 있어 부시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서의 역할에 만족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