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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집권2기/특별대담:韓美관계 재정립-"美, 일방주의 완화 ·국제공조 모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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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집권2기/특별대담:韓美관계 재정립-"美, 일방주의 완화 ·국제공조 모색할 듯"

입력
2004.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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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2기 부시 행정부는 지난 4년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대외정책의 틀을 짤 것이다. 특히 북한 핵 문제는 최우선 순위의 아젠다가 될 것이며 그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한미동맹 문제도 새롭게 모색될 전망이다. 이런 여러 현안들을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연세대 정외과 교수)과 김병국 고려대 정외과 교수(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의 대담을 통해 짚어보았다. 대담은 4일 낮 한국일보 1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미 대선 관전평

▦문정인=9·11쇼크가 미국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안보가 미국의 최고 관심사였다. 빈 라덴 테이프 방영사건으로 막판에 보수표가 결집하면서 대선토론 후 케리 후보쪽으로 기울었던 여론이 반전됐다. 미국 동북부에 기반을 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에 한계가 드러났다. 민주당 표에 케리 지지보다는 부시 반대표가 많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거듭나야 한다. 또 여촌야도라고 해야 할까. 미국 농촌지역인 남부, 중서부와 대도시의 대립구도가 명확해졌다. 미국 사회의 양분화 현상이 확연해진 것이다. 농촌은 기본적으로 도덕적, 기독교 원리주의적이고 애국적 성향이 강하다. 도시쪽은 첨단산업 성향이 강하고 리버럴한 성격에 국제주의적이고 세속적이다. 두개의 상충하는 패러다임이 부딪쳤고 이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다.

▦김병국=미국 사회 양극화가 극명했다. 반부시, 반케리로 갈린 양극화는 한국 사회 못지않게 심각했다. 여촌야도, 동북부 자유주의의 한계도 있겠지만 부시의 정치전략이 주효했다. 부시는 집권 초 지지기반이 확고하지 않았는데 9·11 테러를 겪으면서 양극화 전략을 의도적으로 추구, 지지세력을 결집시켰다. 부시 2기 정부에서도 양극화 전략을 계속 추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면 미국사회는 혼란에 휩싸일 것이고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할 것이다.

기회인가, 위기인가

▦문=부시가 재선되면서 한국사회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현실을 수용하고 거기서 기회가 있다면 극대화하고 도전과 제약이 있다면 최소화하면 된다. 한미 관계는 지난 1년 동안 많이 좋아졌다. 파병, 추가파병을 동맹의 측면에서 수용했고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면서 작년 중반 이후 갈등이 상당히 극복됐다. 물론 북 핵 해법과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시각차가 있지만 한미간 국익은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에 위기나 갈등 심화 국면은 아니다.

▦김=한국 사회에서 부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보수든 진보든 이중적이다.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는 진보, 보수 모두에게 거북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시 2기 정부는 참여정부에 상당한 딜레마를 안겨줄 것이다. 첫째 북한이 후퇴 명분을 확보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에 북한의 노선 수정이 어렵게 됐다. 참여정부는 부시 정부와 북한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보수, 진보 모두 부시 정부를 곱지않게 바라보기 때문에 대북 정책을 추진할 때도, 한미관계를 재정비할 때도 참여정부는 항상 국내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복잡한 국내 여론을 통합시키면서 부시 2기 정부와 긴밀한 협조 하에 북 핵 문제를 다루는 것이 보통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 한반도 정책 변화 여부

▦문=미국이 새로운 외교정책을 취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부시 정부 인사들이 교체되더라도 신보수주의(네오콘)의 기본 틀은 유지될 것이다. 다만 신보수주의의 3가지 틀, 즉 도덕적 절대주의와 패권적 일방주의, 선제공격 이론에 따른 공세주의가 바뀔 지가 주목된다. 부시 1기에서는 이 정책을 취한 데 따른 비용이 너무 컸다. 이번 대선에서 미 국민의 50% 정도가 이에 반대했기에 조정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신보수주의가 전통적 보수주의로 조금은 수정되지 않을까 싶다. 국익, 실용적 이익을 중시하고 패권적 일방주의가 아닌 국제적 공조도 강조할 것이다. 선제공격론도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김=네오콘이 중요한 위치에 계속 있겠지만 지난 대선 때의 비판을 의식해서라도 순화할 것이다.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 동맹을 통해 대테러전쟁을 하는 게 순화된 모습이다. 과거 전통적 보수주의 정권인 아이젠하워, 레이건 행정부 때를 보면 모두 동맹을 통해 미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위협인식이 비슷하고 국가이익이 서로 보완적일 때 동맹과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가 일치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이젠하워, 레이건 때에도 동맹국간 목표가 같을 때에만 동맹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강조할 수 있었다. 결국 순화된 네오콘이든, 전통적 보수주의든 참여정부가 미국과 같은 방향으로 갈 때만 동맹으로서의 가치가 남는 것이다.

▦문=그런 점에서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신보수주의를 계속 추진할 경우 한미간 간극은 커진다. 북을 주적으로 보고 중국을 위협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인식이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면 동맹 인식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전통적 보수주의가 힘을 얻는다면 부시 2기가 신중하게 상호보완의 차원에서 동맹을 운용, 협의구조 구축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미국은 참여정부가 반대해도 자신이 생각할 때 국익이 걸린 문제라면 동맹보다 일방주의 노선으로 충분히 갈 수 있는 국가다. 레이건, 아이젠하워 때 힘을 보탠 것은 동맹국이었다. 탈냉전 시기인 지금 미국에 힘을 보탤 국가는 한국이 아니다. 중국 일본이다.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부시2기 정부가 중시하는 나라는 중국 일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표명하느냐가 북 핵 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우리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 핵 문제

▦문=참여정부는 반전반핵이 기본 입장이다. 전쟁도 원치 않고 북핵도 원치 않는다. 한미간에 인식차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북한 핵이 불량국가나 테러단체로 넘어가 미국에 위협이 되는 것을 원치 않고, 북핵도 원치 않는다는 점은 한미간에 일치한다. 다만 방법에 차이가 있다. 부시 1기 정부의 문제점은 북핵 문제에 대한 일관된 정책이 없었다는 점이다. 네오콘들은 고립과 봉쇄로 김정일 체제를 변경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었고 국무부 등 실용주의 라인은 체제전환은 쉽지 않기에 우선 핵무기 보유를 막자는 입장이다. 부시 2기에서도 전자가 주류, 후자가 소수의견이 될 가능성이 많은데 미국이 빨리 정리해줘야 한다. 이것이 정리돼야 차기 6자 회담 개최가 가능하다. 1기 때처럼 왔다갔다 하면 해결될 수 없다.

▦김=부시 1기는 일관성 없는 것도 문제고, 말만 있고 실천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미국 탓만은 아니다. 북한의 외교정책도 문제다. 북한이 폐기성 동결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반핵 당위성을 공감한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폐기성 동결을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갔을 때 대안이 남북정상회담이라면 그 회담은 주변 국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이뤄져야 된다. 미국 강경정책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한미관계나 한국 국익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어떤 과정, 어떤 성격의 남북정상회담이냐가 중요하다. 부시 2기와 참여정부의 심층 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의 국가이익이 보장될 것이다.

▦문=문제는 북한이 폐기성 동결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북한의 동시 행동원칙이라는 게 핵포기와 안전보장을 법적 구속력 갖는 양자조약으로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북핵은 우선 동결, 다음으로 검증가능한 사찰, 마지막으로 불가역적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한다. 우선 동결과 검증을 거쳐야 해체가 가능하다. 핵 문제를 먼저 해결한다면 인권 미사일 화학생물학무기 등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 해결방식을 수용하지 않으면 중국이 자신들에게 동조하고 그러면 북한의 체제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중국과 미국의 생각이 전혀 다르다면 위기는 내년에 올 수 있다. 동상이몽의 상황에서 주시할 사안이 북한인권법이다. 북한은 이 법 때문에 체제 붕괴 위협을 느끼고 강공으로 나올 가능성 크다. 이 경우 2005년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외교안보라인 재조정 필요하나

▦김=지금 외교라인 교체를 이야기할 때는 아닌 것 같다. 기존 부처에 힘이 실려야 한다. 외교통상 장관이 한국 외교정책을 대표하고 결정하고, 국방부가 주한미군과 협상할 때 책임, 권한을 모두 갖는 체제로 전환된다면, 협상이 더 매끄럽게 되지 않을까. 부시 정부도 2기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갈등이 심각한 국무부와 국방부 사이에 조정이 필요하다.

▦문=외교부와 NSC, 청와대의 인식 차이 를 이야기하지만 어느 나라나 국무 국방 NSC 사이에 갈등이 있다. 부시 2기에 맞춰 외교라인을 재조정 한다고 미국 입장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부시 2기 출범에 맞춰 여야와 정부가 합의를 이룬다면 조화로운 외교적 노력을 할 수 있다. 하나의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정리=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사진=박서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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