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자는 명분 하에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한국판 뉴딜 정책’ 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경기 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백화점식 종합투자계획 마련에 애쓰고 있다.그 핵심 중 하나가 현재 국고 사업으로 공사 중인 고속도로 3개 노선(여주-양평, 무안-광주, 부산-울산고속도로)의 국고 지원 비율을 현행 50%에서 30%로 축소하여 남은 정부 예산을 다른 부문으로 투자하는 대신 연·기금 등 민간자본을 대거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민간 건설업체 등이 제안해 놓은 고속도로 14개 노선 중 5, 6개를 선정해 내년부터 조기 건설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연·기금의 수익성도 올리고, 민간투자와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는 윈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행정편의주의적이며 단세포적인 발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이 최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민자 고속도로의 불합리는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감사원의 민자 사업 운용 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대형 건설업체 위주의 사업자 선정과 수의계약 형태의 민간 제안 사업 수용, 과도한 이윤 보장(95% 이상의 낙찰률) 등으로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완공 후에는 고속도로 이용자들의 통행료 부담이 가중되고 적자 운영 수입을 보전해 주는 등 국민 부담이 늘어가고 있다.
경실련은 사업비 부풀리기, 운영 수익 보장, 담합에 의한 수의계약 형태의 사업자 선정 의혹, 엉터리 사업계획 등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민간 투자 사업을 중단하고 국회의 즉각적인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까지 냈다. 이러한 폐해가 지적됐는데도 정부는 경기 활성화라는 미명 하에 또 다시 민자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감사원과 시민단체의 지적에는 귀를 막고 국민을 무시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울화가 치민다.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대표적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경제 전망을 제때 하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건설사업을 일으킨다 해서 단기간에 경기가 얼마나 좋아질 것인지 생각해 보라.
따라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종전처럼 국책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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