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내 증시는 부시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불확실성이 해소되리라는 기대감으로 14.38포인트 급등했다. 그러나 장 마감 후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오하이오 등 일부 지역에서 선거 결과 확정이 늦어지자 지난 2000년처럼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000년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으며 증시도 하락 추세로 전환하기보다는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 악몽 재연되지는 않을 듯 3일 국내 증시는 오전 내내 보합권에 머물다 오후 들어 부시 후보가 우세하다는 소식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국제유가는 배럴 당 50달러를 상회하는 강세로 반전했으며, 원·달러 환율도 11일 만에 상승 반전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업종별 희비가 엇갈려 SK S-Oil 등 정유주와 한화석유화학 SK케미칼 호남석유화학 LG화학 등 석유화학주는 일제히 오른 반면, 상승세를 보였던 대한항공 등은 오름폭이 줄었다.
그러나 장 마감 후 오하이오 등에서 선거 결과 확정이 늦어지자,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로 S&P 500 지수가 한 달 만에 8%나 떨어졌던 2000년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팀장은 "선거 결과가 신속히 나오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증시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대선 확정 지연으로 이미 한차례 큰 혼란을 경험한 만큼, 이번 불확실성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나스닥 선물의 상승 움직임을 볼 때, 시장은 이미 부시의 재선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판단되며, 설사 당선자 확정에 시간이 걸린다 해도 경제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수출주 수혜 대선 기간 부시는 전략비축유 방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동지역 강경일변도 정책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고유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증권 안병국 연구위원은 "부시가 재선되면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가 다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S-Oil과 SK 등 에너지주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시의 재선은 철강, 자동차 등 비IT 수출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급격한 달러화 약세 우려가 줄어들면서 수출 기업들이 대비할 시간도 확보하게 됐다. 안 연구위원은 부시가 재선될 경우 수출 업종인 포스코와 동국제강, 현대차, 기아차 등이 수혜 종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테크윈 한화 등 방산업체도 수혜가 예상된다.
이밖에 부시가 의료 관련 공적 서비스의 일부를 민영화한다는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에 제약업종도 수혜주로 꼽힌다. 한양증권 김희성 연구원은 팩티브 미국 매출이 기사화되는 LG생명과학과 FTC 원료를 미국 길리어드에 납품하는 유한양행 등을 수혜주로 제시했다.
반면 케리 당선 때 수혜주로 꼽히던 IT·해운 항공·환경관련 업종 등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에서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IT주가 상대적으로 소외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수에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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