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앞에만 서면 유난히 머뭇거리는 검찰의 수사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3일 서울중앙지검이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20대 재벌그룹을 상대로 제기된 고소·고발 사건 중 3개월 이상 처리가 되지 않고 있는 사건이 10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곽모씨가 삼성그룹 임직원 32명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상 배임 사건의 경우, 2000년 사건이 접수된 이래 주임검사가 6명이 바뀌도록 아직까지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257조는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검사는 사건이 접수된 지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무리해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2002년 접수된 한화와 현대중공업 임직원의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은 4명의 검사가 거쳐간 동안 결론이 나지 않았고, 두산중공업과 SK그룹을 상대로 제기된 배임 혐의 고소·고발 사건도 3명의 검사가 거쳐간 동안 미뤄오고 있다.
검찰은 참여연대가 고발한 5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사건에 대해, 6년간 검사장 10명, 차장검사 7명, 부장검사 7명, 주임검사 8명이 바뀌도록 지연수사를 하다가 지난 9월에야 83명의 피고발인 중 81명을 무혐의 처리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2000년 6월 법학교수 43명이 고발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를 저울질 하다 지난해 12월에야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만 우선 분리해서 불구속 기소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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