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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방송보기] '송승헌 탄원'과 '콘서트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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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의 방송보기] '송승헌 탄원'과 '콘서트 소동'

입력
2004.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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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각종 미디어에 한류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한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잠시 부풀어 올랐다가 꺼져버릴 거품이라는 주장도 많았으나, 5년이라는 기간동안 꺼지지 않았다면 분명 거품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을 듯하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심에서 일본까지 그 영역이 넓어지고, 주인공도 많아졌다. 가요, 영화, TV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해졌다.그런데 최근 우울한 소식 두가지를 연달아 들어야 했다. 하나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류 ‘열풍’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배우 송승헌의 입대를 연기해달라는 탄원서를 병무청에 제출했다는 뉴스이다. 이 해프닝이 우울한 까닭은 병역이 국민의 ‘신성한 의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류를 외화벌이 수단, 나아가 ‘수출전략상품’으로 여기는 천박한 자본주의정신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 잠실운동장에 한류 스타들을 모아놓고 콘서트를 개최하려다가 난장판이 되어버린 사건이다. 티켓이 달랑 7,000여장 팔렸다는 사실도 연구대상이지만, 공식 ‘후원’을 맡은 한국관광공사가 일본에서 판매한 티켓이 20여장에 불과했다는 보도가 더 놀랍다. 그래도 일본, 중국 관객이 500여명에 이르렀다는 소식 역시 마냥 반갑지는 않다. 실망한 500여명 때문에 한국 가수들의 음반이 덜 팔릴까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부실한 기획사 하나를 보며 한국사회와 문화를 다 알아버렸다고 믿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더 마음에 걸린다.

지난 5년간의 한류는 문화적 코드가 아닌 경제적, 산업적 코드로만 읽혀져 왔다. 아시아 국가들은 교류를 하는 동반자라기보다는 일방적 개척의 대상이었다. 언론이 한류를 언급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도 사상, 내용, 표현양식 등의 문화지향적 개념이 아니라 품질, 마케팅, 수출 등의 경제지향적 개념이었다. 게다가 한류를 통한 ‘국익’ 증진을 위해 국가가, 혹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선다. 이 과정에서 ‘문화’는 국가 주도로 움직일 수 있는 대상으로 위치 지워지며, 한류는 수출증대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국가가 개입해서 활용해야 하는 도구가 되었다.

일본의 한 배용준 팬클럽이 춘천시를 방문해 거리청소를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작은 기획이벤트 정도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가 곧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임을 인정한다면, 이 이벤트야말로 한류의 문화적 의미이다. 일본의 신세대가 우리나라를 그저 그런 이웃나라 중 하나로 인식하지 않고 흥미로운, 그래서 그 역사까지도 연구해볼 만한 나라로 여기는 것이 곧 한류이다.

며칠 전 한 세미나에서 문화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수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간접광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상품을 많이 수출해서 부자나라가 되는 것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웃 나라를 좀 더 잘 알고 서로 이해하는 모습을 한류의 지향점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 거리에서 몽골 노동자와 마주쳤을 때 별 이유 없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한류의 결과여야 한다. 우리가 20여 년 전에 미국에 대해 그랬듯, 이웃나라들이 우리나라를 문화제국주의의 원흉 정도로 간주하는 일은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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