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위원회가 배심제와 참심제를 골간으로 하는 ‘국민의 사법참여제’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일제시대 이래 정착된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틀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향후 도입 절차= 현재 논의중인 사법참여 형태는 배심제, 참심제, 또는 그 혼합형이다. 최종 형태는 2010년께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결정해 법령정비를 거쳐 2012년부터 시행된다. 사개위는 우리 실정에 적합한 방안을 찾기 위해 2007년부터 5년간 두 제도를 혼합해 시범 운영키로 했다. 두 제도는 헌법 제27조의 법관에 의해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사개위는 법관의 비토권이나 법관으로만 구성된 항소심에서 재판받을 권리의 보장으로 위헌시비를 비켜간다는 계획이다.
◆시범운영 내용= 우선 선거인명부, 주민등록전산자료 등을 통해 무작위로 선발된 일반 시민 5~9명으로 사법참여인단을 구성한다. 이들은 배심원으로서 유·무죄를 판단하며, 이 때 법관의 조력을 받는다. 유죄 평결이 나면 이들이 다시 참심원으로 법관과 함께 형량 결정에 참여한다. 재판부는 이들의 판단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고 권고사항으로 활용하면 된다. 이 같은 재판은 전국 지방법원 본원에서 살인 등 중죄사건의 1심 재판에서 피고인이 희망하면 열린다. 연간 약 100~200건 정도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효과와 문제점= 배심제가 도입되면 현재와 같은 조서나 서류 중심의 재판이 아니라 미국 영화에서 보듯이 재판정에서 당사자들의 진술과 증언, 증거제시 등을 통해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법조계의 고질인 전관예우나 학연·지연에 의한 불공정 재판시비를 차단, 재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배심원의 전문성이 떨어져 여론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온정주의 문화가 강한 우리사회에서 배심원들이 얼마나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참심제의 경우 법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지만, 참심원이 법관의 영향권 아래 놓여 형식적 재판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배심제·참심제란
배심제는 영미권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 미국에선 12명 가량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고, 법관은 유죄 평결이 난 경우 형량만을 결정한다. 사전 형량조율(플리바겐)이 인정되는 미국에선 형사사건의 1% 정도가 배심제로 진행된다. 참심제는 2,3명의 시민이 재판부를 구성해 법관과 동등하게 유·무죄는 물론 양형까지 판단하며 독일이 대표적 사례이다. 일본은 참심제와 배심제를 혼합한 재판원제를 중죄사건에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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