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대선 이후 2000년 대선 직후와 같은 혼란이 재현된다면, 국내 증시가 30포인트 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일 국내 증시는 초접전 양상을 보였던 미국 대통령 선거의 영향으로 연속 3일째 거래량이 급감하는 관망세를 이어갔다. 증권가에서는 부시와 케리 중 누가 당선돼도 한국 경제와 증시에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승자가 누가 되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관련 소송이 이어지는 ‘불확실성’인 것이다.
◆대선후 혼란 이어질 땐 증시에 충격
2000년 당시 대선이후 당선자 결정이 지연되는 혼란이 이어지자, 선거 직전 1만1,000포인트 내외를 유지하던 다우지수는 1개월 여 만에 1만300포인트 대까지 6.1% 하락했다. 한국은 하락폭이 더욱 커 560포인트에 근접했던 종합주가지수가 500포인트까지 10.7% 폭락했다.
전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그 때와 같은 혼란상이 재연된다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한층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증권 양경식 책임연구원은 "2000년의 혼란이 재연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주식시장은 한 단계 후퇴할 것"이라면서 "현재 780~900 사이를 오르내리는 종합주가지수 변동구간이 한 동안 30~40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대선 직전 간신히 안정세를 되찾은 국제유가가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증가되면서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3분기 예상에 못미쳤던 미국경제 성장률이 4분기에 더 둔화해 그렇지 않아도 허약해진 세계경제에 충격을 던져주게 될 것이란 얘기다.
◆누가 이기든 경제적 득실 다 있어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부시와 케리 모두 긍정적, 부정적인 부분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른 득실 계산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부시가 재선에 성공하면 국제유가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이라크 상황 등 지정학적 위험이 더 높아질 뿐 아니라 전쟁 수행을 위해 유가가 올라도 전략비축유를 방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감세정책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미국 내 소비전망은 긍정적이고 이는 한국의 수출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케리는 기존의 감세정책 일부를 폐지한다는 방침이어서 한국 수출에는 악재로 평가된다. 다만 이라크 전쟁 종식과 전략비축유 방출을 공약하고 있어 유가는 안정를 기대할 만 하다.
미국의 엄청난 재정·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누가 당선되더라도 달러가치 등 경제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시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모건스탠리증권 이코노미스트 리처드 베르너는 "그 동안 미국 경제를 떠받쳤던 소비 경기가 퇴조하고 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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