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10년 뒤, 20년 뒤를 생각해 보면 막연할 뿐이다.나의 어릴 적 꿈은 변호사, 학창시절은 방송인, 그러다 잠시 작고 아담한 빵집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가, 결국은 부모님이 반대하는 지금의 큐레이터가 되었다.
몇 년 동안 일 하다 보니 나의 꿈은 멋있는 아줌마가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가끔 여행을 하거나 우연히 만나는 아줌마들 중에서 나의 미래형 아줌마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예쁘지 않아도 지적 아름다움이 묻어 있는 아줌마, 깊은 눈빛을 가지고 있는 아줌마, 살찌지 않았지만 마르지도 않은 적당한 몸매와 정갈한 매무새, 그렇지만 답답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배어나는…’ 그런 아줌마가 되고 싶다. 지난 일년간 기획한 전시 ‘How Do You See the Future-당신은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의 오픈을 앞두고 생각해 본 나의 미래이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백화점에 가서 땡땡이 이불을 샀다. 늘 튀지 않는 단색을 선호하던 내가 핑크, 보라, 아이보리가 섞인 땡땡이 이불을 덮고 잔다고 하자 주변사람들이 모두 놀란 표정이었지만, 매일 아침 동화속 세계에서 꿈꾸는 기분으로 눈을 뜬다. 아, 이제야 아줌마들이 왜 꽃무늬 월남치마를 좋아하는지 알겠다.
몇 년 뒤 나는 꽃무늬 월남치마를 입고 또 다른 미래를 꿈꾸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일상에 있다는 것이다.
신정아 성곡미술관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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