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미국 대선 선거운동은 비방 광고가 홍수를 이루며 40억 달러라는 막대한 돈이 투입된 ‘고비용’선거로 1일 막을 내렸다. 그러나 민간 단체의 전면 등장, 인터넷 적극 활용 등 어느 대선보다 개인 참여와 자발적 정치 헌금을 가능케 하는 선거 전술상의 주목할 만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이다.527 별동대 공화당과 민주당의 민간 외곽 단체인 소위 ‘527그룹’이 사실상 ‘그림자’선거운동본부 역할을 했다. 2002년 선거법 개정으로 거액 정당 기부가 불가능해지자, 양당 지지자들이 ‘특정 정당과 연계가 없는 단체는 무한정 기부금 모금과 집행이 가능하다’는 세법527조를 이용해 두 당의 외곽 민간단체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쏟아 부은 것.
527그룹은 막대한 후원금을 바탕으로 공식 조직이 꺼리는 비방 광고를 거의 도맡았고 엄청난 광고전을 주도했다. ‘냉전 시기 군비확장 경쟁’이란 평까지 나올 정도였다. 조지 소로스는 민주당 527그룹에 2,400만달러를 줘 일련의 반(反)부시 광고를 내보냈고, 공화당계 ‘진실을 위한 쾌속정 참전용사’는 텍사스 거부의 후원으로 ‘케리의 베트남 무공은 거짓’이란 광고를 제작해 케리의 지지율을 급락시켰다.
인터넷 선거운동 원년 인터넷을 통한 정치 참여 유도, 자금 동원 체제도 미 대선에서 처음으로 적극 활용됐다.
우선 온라인 정치동호회의 자발적 오프라인 소집회인 ‘밋업’(meetup)이 처음 등장했다. 밋업 홈페이지(www.meetup.com)를 통한 양 진영의 지역별 밋업만 수만 번이 열렸다. 부시 지지자들은 9월2일 3,800곳에서 동시에 소집회를 갖기도 했다. 미 벤트레이 대학 조사에 따르면 밋업 참가와 인터넷 정치자금 기부액이 비례했으며, 선거 운동 자원봉사 참여 횟수도 늘어났다. 양 진영은 1인 인터넷 미디어인 ‘블로그’(blog)도 사이버 공간의 ‘구전(口傳) 선거 운동’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민주당은 7월 전당대회에 블로그 활동가 40명을 초대해 편히 글을 올릴 수 있도록 전용 부스까지 마련해 줬다.
정치산업 전성시대 10월 중순까지 부시는 2억6,000만달러, 케리는 2억500만 달러를 썼다. 2000년 대선의 2배에 가까운 돈이다. 두 후보가 3월 이후 TV 광고에 쏟아 부은 자금도 5억5,000만 달러로 2000년의 2배를 넘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 "소액 헌금자가 급증하면서 정치 자금도 풍년을 이뤘지만 극히 소수의 수중에 모두 흘러갔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부시 진영의 10월초 광고비 대부분은 부시의 수석 언론보좌관인 마크 맥키넌이 설립한 회사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케리 진영도 마찬가지여서 TV광고 20개 이상이 케리의 정치보좌관인 밥 슈럼이 만든 회사에 돌아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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