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투표일 전날까지 오차범위 내에서 전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접전이 되면서 투표율이 초미의 관심이다. 미 유권자연구위원회는 이번 대선 투표자수가 2000년보다 1,500만명 늘어난 1억2,100만명 안팎이 되고, 투표율도 1968년이후 최고치일 것으로 전망했다.보통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에 유리하다. 유권자 등록에 무관심했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은 자유주의 성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투표장으로 유인될 경우 민주당에 한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2000년 대선 때 투표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투표하겠다는 사람들 중 케리 지지자가 훨씬 많다는 조사도 있다.
투표율 상승에는 젊은 층의 참여와 새 유권자 등록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유권자에서는 압도적인 차이로 케리 후보(60%)가 부시(37%)를 이겼다.
관건은 두 당이 과연 투표 당일 얼마나 많은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몰고 가느냐다. 이 대목에서도 민주당이 일단 유리하다. 전통적으로 노조나 시민단체 등 친민주 성향의 외곽조직을 많이 가진 민주당이 ‘지지자몰이’에서 공화당을 앞서왔기 때문이다. 지난 수 차례 대선에서 유권자 중 확실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39%, 공화당은 35%에 그쳤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대선의 무려 3배에 이르는 1억2,500만달러를 유권자 동원에 쏟아부었다.
지지자 투표 비율을 민주당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맞추어도 승리는 부시의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과연 누가…" 세계가 촉각
전세계가 2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미 대선은 냉전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 테러리즘 증대, 중국의 급부상, 유럽연합(EU)의 등장 등 새로운 국제환경에 맞춰 새로운 리더십을 결정하는‘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파이낸셜타임스)’다. 때문에 지구촌은 미국의 ‘선택’을 예의 주시해 왔다.
세계 각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 부시 2기 공화당 정부가 출범할 경우와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새로운 정권을 창출해 ‘케리 시대’를 열게 될 경우에 대비, 각각의 손익을 저울질하고 있다.
외교상 대미관계를 최고 주요 이슈로 설정해 놓은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누가 당선되든 미·일 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라크전 참전 등 국제 현안에 있어 부시 대통령과 찰떡 궁합을 과시해온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그의 재선을 기대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케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치적으로 곤란한 입장에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중국은 사상 처음 미 대선 현장에 37명의 참관단을 파견하는 등 어느 때 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 언론은 매일 바뀌는 두 후보의 지지율 변화 추이는 물론 시시콜콜한 유세 분위기까지 빠짐없이 보도했지만 논평은 자제했다.
특히 첸지천(錢其琛) 중국 전 외교부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부시를 지지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춰진 점을 의식한 듯 선거 전날 미국의 선제 공격을 뜻하는 부시독트린을 비난, 미 대선에 대한 중국의 중립성을 대변했다.
러시아 언론도 최근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선보다 미 대선에 지면을 더욱 할애하면서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부시에 대한 지지의사를 보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일 "미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 신임 대통령과 협력해 일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시 재선 쪽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세계 금융시장도 결과를 놓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연임이 달러화 부양에 도움이 될지, 케리 후보의 승리가 보호주의 강화로 나아갈지 등 대선 이후 미국 및 세계 경제동향에 대한 의견이 50대 50으로 팽팽히 갈려 있다. 통상 선거일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맞든 틀리든 하나의 의견이 모아졌으나 막판까지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 등 이번은 상황이 달랐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누가 되든 신속한 결과가 나와 당선자 미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美대선 키워드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통령 선거절차가 복잡하다. 미국 헌법에서 대통령의 피선자격과 선거인단 선출규정을 둘 뿐 나머지 선거절차는 각주의 법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선거인단
미국은 선거인단 숫자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간접선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선거인단은 이미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인물들. 따라서 11월 2일은 대통령 선거일이 아니라 선거인단 선거일인 셈이다. 각 당은 해당 주에 배정된 숫자만큼의 선거인단을 뽑아 주선거관리위원회에 명단을 제출하며 각 주에서 모두 538명의 선거인단이 뽑힌다. 여기서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다.
◆승자독식제
미국은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을 배분하는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48개 주가 선거인단을 승자에게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는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배분하지 않고 각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정당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방식이어서 총 득표수와 선거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슈퍼 화요일
대통령 선거일은 4년마다 ‘11월의 첫번째 월요일 다음에 오는 화요일’로 규정돼 있다. 11월로 잡은 것은 1845년 의회의 결정 당시 선거일이 이보다 늦으면 눈이 내릴 수 있고 앞당기면 농사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매월 초하루는 회계 처리 때문에 바쁘다는 사정을 감안해 초하루에 선거가 치러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첫 월요일 다음 화요일’이라는 복잡한 규정을 만들었다. 요일이 화요일로 결정된 것은 교회에 나가야 하는 일요일, 평일 첫날과 마지막 날인 월요일과 금요일, 영국의 선거일인 목요일을 제외한 뒤 화요일과 수요일 중에서 택한 것이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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