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31)이 첫 음반을 내놓았다.전제덕은 조성모 박상민 조규찬 BMK 등 유명 가수들의 음반과 영화 ‘똥개’ ‘튜브’ OST 등에 세션으로 참가해 실력을 인정 받아 온 연주자. 세상의 빛을 본 지 불과 보름 만에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인천 혜광학교에서 북을 두드리면서 음악과 첫 대면을 했다. 학교 브라스밴드가 해체되자 그는 북채 대신 장구채를 들고 사물놀이에 입문했고, 고등학교 졸업 후 ‘다스림’이라는 사물놀이패를 구성해 1993년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하모니카는 스승도 없었고, 악보조차 없었다. 오로지 듣고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따라 하다 득음에 이르렀다. 그 과정의 고통과 눈물을 그 누가 알까.
두 곡을 제외하고 모두 연주곡으로 구성된 이번 음반에서 전제덕의 하모니카 소리는 라틴음악과 발라드, 재즈를 넘나들며 때로는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차분한 서정미로 가슴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인트로에 해당하는 ‘우리 젊은 날’은 경쾌한 하모니카 소리가 퍼커션, 드럼 등과 조화를 이뤄 신명 나는 펑키 음악을 들려준다.
전제덕이 작곡한 타이틀곡 ‘바람’은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연주 솜씨로 라틴 재즈를 담아냈다. BMK가 피쳐링한 ‘가을빛 저무는 날’도 흘려 들을 수 없는 곡. BMK의 힘있는 창법이 전제덕의 섬세한 연주와 어우러져 짙은 애상을 드러낸다. 동명의 연주곡에 전제덕의 목소리를 입힌 마지막곡 ‘나의 하모니카’도 예사롭지 않다. "노래를 불러보라 해서 했는데, 음반을 듣고 있자니 민망하데요. 이렇게 노래해서 사람들이 좋아하겠어요?"
96년 어느 날 라디오에서 벨기에 출신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투츠 틸레망스의 곡을 듣게 되었고, 그의 음반을 교과서로 삼아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었다. "학구적인 연주자이기보다 대중에게 친숙한 관악기 연주자가 되고싶어요. 좀 여유가 생기면 스윙재즈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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