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를 두지 않은 채 간호조무사에게 약을 조제하도록 하고 자격증이 없는 직원에게 X레이를 찍게 하는 것은 물론, 보험사기단과 공모해 진료비까지 뻥튀기한 병원장이 경찰에 적발됐다.서울 양천경찰서는 1일 M정형외과 병원장 문모(40)씨와 원무과장 김모(25)씨, 대리운전자 8명 등 모두 10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강남구 유흥가 일대에서 일하는 대리운전자들에게 허위로 교통사고 진단서 등을 발급해 줘 보험금을 타낼 수 있도록 한 혐의다. 경찰 수사 결과 대리운전자들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는데도 문씨의 허위서류로 2억원의 보험금을 타냈고 문씨도 12개 보험회사로부터 보험료 5,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문씨는 자격증이 없는 원무과장 김씨에게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600여회에 걸쳐 X레이를 찍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문씨는 간호조무사 노모(22)씨에게 1개월여간 300여차례 입원환자 복용 약을 조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씨는 올해 초 병원을 서울 강동구 둔촌동으로 이전하면서 초기 투자비용이 수억대에 이르자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방사선사 등을 그만두게 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구속된 문씨 등은 지난 9월께 검거된 대리운전자 보험사기단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자주 이용했던 병원을 조사한 끝에 혐의가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대규모화와 경기침체로 소규모 병원이 경영난을 겪다 보니 보험사기단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며 "의약분업 이후 병원 내 약사가 불필요해지면서 일반직원이 입원환자의 약조제를 하는 불법도 횡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