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부산의 D병원. 노무현 대통령의 386 핵심 참모였던 이호철(46)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부친상 빈소가 차려졌다. 이 전 비서관은 언론에 부친상을 알리지 못하도록 했으나 어찌 알았는지 서울 등지에서 노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모였다.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박정규 민정수석, 열린우리당 서갑원·백원우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정치권 이야기는 오고 가지 않았다. 지난 봄 청와대를 떠난 이 전 비서관은 부산에서 조용히 쉬고 있다."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중이던 9월 하순 새벽 6시. 러시아 크렘린궁 영빈관. 침실 옆에 마련된 집무실 문을 두드리자 노 대통령은 나지막한 소리로 ‘예’라고 대답했다. 안경을 낀 대통령은 시선을 태블릿PC 화면에 고정시켜 놓은 채 정상회담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윤태영 제1부속실장의 ‘국정일기’)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윤 실장은 이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자처럼 대통령 곁을 지킨다.
노 대통령의 386 참모 구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386 핵심 참모는 이광재(39) 의원, 안희정(39)씨, 이호철 전 비서관 등이었다. ‘좌(左)희정, 우(右)광재, 중(中)호철’이란 말도 있었다. 이들이 떠난 뒤 윤태영(43) 실장, 천호선(42) 의전비서관, 김종민(40) 대변인 등 새로운 386 삼총사가 청와대를 지키고 있다. 연세대 출신인 윤 실장, 천 비서관과 서울대를 졸업한 김 대변인 등은 모두 민주화운동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요즘 대통령의 해외순방 수행원 명단에 어김 없이 들어간다. 이들은 업무 성격상 국내에서도 대통령 얼굴을 가장 자주 보는 참모들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실장 등이 이광재 의원보다 주요 정보를 더 빨리 아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로운 386 트로이카는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않으면서 꼼꼼히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어서 노 대통령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직언이나 쓴소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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