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강경파·중도 모두 불만 뽀족한 수없이 "두고보자""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어 저도 답답합니다." 1일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대표실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4대 개혁입법, 예산안 처리 등으로 국회를 공전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상황이 워낙 강경하게 대치하고 있으니까…." 이해찬 총리의 발언으로 빚어진 이번 파행이 천 대표로서도 원치 않은 사태라는 얘기다.
천 대표의 곤혹스러움은 다름 아니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그 자신이 ‘올인’ 하다시피 한 4대 개혁법안 처리 때문이다. 개혁입법 처리 여부에 그의 정치 생명이 달렸다는 얘기까지 나오던 차였다. 여권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 악화 속에서 천 대표가 택했던 해법은 ‘야당과의 끊임 없는 대화와 타협’. 국회 파행 전날까지도 "한나라당과 끝까지 토론해서 문제를 풀겠다"고 강조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천 대표의 구상은 완전 뒤엉켜 버렸다. 그렇다고 정면 돌파하기에는 여론 악화가 부담스럽고, 물러서기에도 여권 체면이 말이 아니라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여당 강경파 그룹은 "당이 그 동안 우유부단하게 대처해 정국 주도권을 못 잡으니까 총리가 나선 게 아니냐"며 지도부를 성토하고 있다. 반면 중도 보수파 의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이 가득하다. 양 측의 공세에 몰린 천 대표는 "좀 더 두고 보자"며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한나라당/李총리 파면 요구등 강공 물러서면 입지약화 고심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취임 후 가장 난이도 높은 시험을 치르고 있다. 국회를 올스톱 시켜놓고 이해찬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권은 꿈적도 않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들어갈 수도 없다.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 꽉 막힌 국면에서 묘수를 찾아야 하는 고심의 시기가 지금인 듯 하다.
그 동안 그는 당내 강경파로부터 여러 차례 사퇴압력에 시달렸다. "싸움하지 않는다" "이미지만 관리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건 노선을 고집했다. 그런 그가 초강수를 던져 놓고 있다.
다른 길도 별로 없어 보인다. 여권이 물러서지 않는 한 회군하기 어렵다. 강경파들은 "이번 싸움은 이해찬과 김덕룡 중 누구 하나가 낙마해야 끝난다"며 외통수로 몰고 가고있다. 적당히 물러서면 사퇴론을 들고 나올 태세다.
그러나 당내에는 강경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욕 먹었다고 계속 국회 문을 닫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엄존하고 있다.
퍼즐처럼 얽힌 국면에서 강경파를 납득시키고 온건론도 수용하면서 여권의 양보를 얻어낼 접점은 무엇일까. 미 대선을 국면전환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이 총리의 유감표명을 등원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통할 지 미지수다. 이래저래 그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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