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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곶감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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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곶감만들기

입력
2004.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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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과를 깎는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가 이렇게 물었다."어른이 되면 사과를 저절로 잘 깎게 돼요?" 아마 아이의 눈에 엄마가 사과를 깎는 모습이 거의 예술의 경지로 보였던 모양이다."아니. 많이 깎으며 연습을 해야 잘 깎을 수 있지." 아내가 대답했다."아빠도 한번 깎아보세요." 아이가 말했다. 내가 아내로부터 칼을 건네 받아 사과를 깎자, 아이의 눈이 다시 휘둥그레졌다. "아빠도 사과 깎는 연습 많이 했어요?"

아이가 그렇게 놀랄 만큼 나는 사과를 잘 깎는다. 어린 날 많은 연습을 하기는 했는데, 사과를 깎으며 연습을 한 게 아니라 가을마다 감을 깎으며 연습을 한 것이다. 젊은 시절, 버려진 산에 밤을 다섯 말이나 심은 할아버지가 또 이밭 저밭 밭둑마다 고욤나무를 심고 감나무 접을 붙여 매년 가을이면 곶감 500접씩 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오륙학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일년에 내가 깎은 감들이 매년 1,000개씩은 되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심은 감나무들은 이제 모두 늙어 죽었다. 그 자리에 아버지가 심은 나무의 감이 가을마다 몇 박스씩 서울로 올라온다. 아직도 나는 그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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