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변형된 형태의 ‘1인 시위’를 처벌키로 하는 등 지금까지 사전 집회신고가 필요 없었던 1인 시위에 적극 대응키로 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경찰청은 1일 1인 시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법 1인 시위자를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현장 대응방안을 강화하라고 일선 경찰서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지침을 통해 "여러 명이 교대로 1명씩 특정 장소에서 시위하는 이른바 ‘릴레이 1인 시위’의 경우 시위 내용이나 시위자와 대기자 사이의 거리, 시위용품의 동일성을 판단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또 비슷한 목적을 가진 여러 단체의 회원이 각 1명씩 일정한 장소에 모여 시위하는 ‘혼합 1인 시위’나 동일한 목적을 가진 여러 명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각각 1인 시위를 벌이는 ‘인간띠 잇기 시위’도 집시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순수한 1인 시위라 할지라도 시위자의 양해를 얻어 장소 이동 등 경호안전상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1인 시위자에 대한 검문검색을 통해 돌발행동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1인 시위는 합법이라는 인식이 일선 경찰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어 현장 대응이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며 "어디까지를 순수한 1인 시위로 봐야 하는지 유권해석을 내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달 26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방한 때 발생한 1인 시위자의 계란투척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1인 시위를 벌이다 파월 장관 차량에 계란을 던진 평화운동단체 회원 2명을 불구속 입건하면서 외교사절에 대한 폭행 혐의 외에 집시법 위반(미신고집회)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알고 보니 1인 시위자 외에 같은 단체 회원 한 명이 현장에 더 있었다"며 "2명 이상이기 때문에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돼 불법 집회로 간주했다"고 말했다. 이는 합법적인 1인 시위의 범위를 엄격하게 판단하겠다는 경찰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지만, 법 조항에만 매달린 나머지 실질적인 1인 시위조차 차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파월 장관이 당한 봉변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치보기’라는 지적과 함께 경찰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그동안 골치를 앓아 왔던 1인 시위 통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 1인 시위"라며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해야 마땅할 경찰이 이를 규제하겠다는 발상을 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이어 "1인 시위를 단속할 법적인 근거도 없이 경찰이 자의적으로 불법 유무를 판단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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