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1월1일 영문 일간지 코리아타임스가 창간됐다. 당시 공보처장 김활란이 유엔군으로 참전하고 있던 외국 군인들에게 나라 안팎 뉴스를 신속하게 보도하고 한국 실정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로 영어 신문을 만든 것이다. 오늘로 창간 쉰네 돌을 맞은 코리아타임스는 국내에서 발간되고 있는 영어 신문으로서는 역사가 가장 오래다. 초대 사장은 시인 김상용, 초대 편집국장은 영문학자 이석곤이었다. 1953년 코리아타임스 경영권을 인수한 장기영이 이듬해 한국일보를 창간함에 따라 두 신문은 자매지가 되었다. 코리아타임스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제휴해 LAT World Report를 매주 8~12면 게재하는 한편, 뉴욕타임스와 특약을 맺어 그 신문의 주요 칼럼을 싣고 있다.개인적 얘기를 해도 된다면, 기자는 신문사 생활을 코리아타임스에서 시작했다. 1983년 4월부터 1987년 2월까지 이 신문에 발을 담갔으니 다섯 해 가까이 영어를 ‘직업 언어'로 삼았던 셈인데, 코리아타임스를 나올 때까지도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힘에 벅찼다. 그 뒤로 영어로 글 쓸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 지금은 더 그럴 것이다. 우연이었을 테지만, 코리아타임스 시절 기억으로는 여성 동료들의 영어 기사 문장이 남자 기자들의 기사보다 대체로 더 깔끔했던 듯하다.
좋든 싫든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능력은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생존 조건 비슷하게 돼 버렸다. 영어 신문을 매일 접하는 것은 영어에 대한 껄끄러움을 눅이는 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기자는 지금 이 자리를 빌려서 은근히, 아니 노골적으로 코리아타임스 구독을 권유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 역시 코리아타임스 독자다. 기자는 이 신문의 오피니언 면을 즐겨 보는데, 특히 오영진 정치부장의 칼럼을 좋아한다. 그의 아름다운 영어를 읽노라면 샘이 나 어쩔 줄 모르겠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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