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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견공 119센터에 전화 ‘간질’ 주인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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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견공 119센터에 전화 ‘간질’ 주인 구해

입력
200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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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로 실신하자 코로 버튼 누르고 짖어*2년간 특수훈련…경찰 도착땐 문도 따줘

"페이스야,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어…."

4년생 개가 119에 전화를 걸어 죽음의 위기에 처한 주인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9월 7일. 미국 서부 워싱턴주의 리치랜드 벤토카운티 119센터에 벨이 울렸다. 당시 전화를 받은 긴급구호직원 제니 뷰캐넌씨는 "개가 끊임없이 수화기에 대고 짖어댔습니다. 무엇인가 다급하게 말하려는 듯해 사고가 났음을 직감했지요"라고 말했다. 간질을 앓는 여주인 리나 비슬리(45)씨가 휠체어에서 떨어져 실신한 것이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경찰견으로 많이 활동하는 독일산 로트와일러종 페이스(Faith). ‘믿음’이라는 뜻의 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비슬리씨는 이 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페이스는 특히 충성심과 경계심이 유별났다.

비슬리씨는 개 훈련 클럽에 가서 함께 뒹굴며 2년 동안 각종 구조기법을 가르쳤다. 150가지의 명령을 알아듣도록 했다. 주인이 쓰러질 경우 기도가 막히지 않게 턱으로 머리를 위로 끌어올린다거나 발작시 주인 입에서 거품을 핥아내 질식하지 않게 하는가 하면 욕조에서 정신을 잃어도 건져낼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그 결과 페이스의 코는 주인 몸의 화학적 변화까지 감지할 만큼 민감해졌다.

보호자인 아들이 야간근무를 나갈 때면 페이스의 주인님 지키기는 더욱 요란해진다. 문도 안 잠그고 피곤에 지쳐 잠들게 되면 침대 위로 올라가 뛰어대면서 방해한다. 비슬리씨는 "36㎏이 넘는 페이스가 뛰어대면 도저히 잠들 수 없지요. 결국 문단속은 잘 했는지, 밖에 누가 없는지 살펴보고 자리에 들게 됩니다. 5분마다 이런 일을 반복해야 했어요."

이날 사고에 앞서 3주간 입원했던 비슬리씨는 간이 간질약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얘기를 의사한테 들었다. "그날 따라 이상하리만큼 페이스가 하루 종일 붙어 다녔어요. 하지만 아무 자각증상을 느끼지 못했죠." 그리고 나서 얼마 후 휠체어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은 것이다.

페이스는 훈련받은 대로 코로 전화기를 떨어뜨리고 역시 코로 단축 다이얼을 눌렀다. 긴급 출동한 경찰에 현관문을 따준 것도 페이스였다. 경찰이나 119 구급대원을 ‘쿠키를 가져오는 특별한 친구’로 인식하도록 평소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비슬리씨는 며칠 뒤 병원에서 페이스와 재회했다. 주인의 얼굴을 본 개는 꼬리를 흔들며 마구 짖어댔다. 반갑다는 표시였다. "페이스는 정말 대단한 녀석입니다. 예뻐 죽겠어요."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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