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이 역대 어느 대선 보다 미국 국내 정치지형과 세계 안보 환경,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는 조지 W 부시·존 케리 두 후보의 레이스 뿐 아니라, 선거를 통해 드러날 미국의 민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이번 대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유례없이 높아진 유권자들의 참여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양 후보의 접전으로 대선이 ‘피 말리는’ 계가 바둑 양상으로 진행되자 유권자들의 열의는 유례없이 뜨겁다. 유권자의 20%는 이미 조기투표를 통해 한 표를 행사했고, 신규 등록 유권자들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 선거에서 50% 안팎에 머물던 투표율이 이번에 58~60%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미디어 중심의 이미지 선거로 흘러가던 미국 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로 회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 공개, 이라크 내 폭발물 380톤 분실 사건 등 선거 막판에 돌출한 대 테러전 관련 안보 이슈들이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 여부이다. 전국적 지지도 측면에서 보자면 대체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8월 말 이후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케리 후보가 그 간격을 꾸준히 좁혀왔는데 막판 변수들이 이런 추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주목하면 관전이 더욱 흥미로울 수 있다.
2000년 대선처럼 전국적 지지도와 선거인단 확보 결과가 다를 지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00년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공화당의 부시 후보 보다 전국적으로는 40만표를 더 받았지만 플로리다주에서 역전당하는 바람에 선거인단이 적어 고배를 마셨다.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대선 결과에 후보들이 원만히 승복할 지 여부이다. 미 언론들도 이 대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양측 후보가 동수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다 플로리다 등 접전지역에서 이미 부정선거 시비가 불거진 상태여서 어느 후보도 쉽사리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는 않을 듯 하다. 더욱이 2000년 당시 처럼 재검표 사태, 대법원의 개입 등으로 불복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4년 전 너무 쉽게 승복했다’고 후회하는 민주당의 기류로 미뤄 간단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시민이 아닌 국외자의 입장에서 볼 때 유념할 대목은 2001년 9·11 테러 후 본토 공격 가능성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미 유권자들의 심리적 변화 여부이다. 9·11 이후 미국인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서 라면 시민의 자유 침해는 물론 일방적인 외교 노선마저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취해, 세계로부터 ‘테러 후 외상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 유권자들은 이런 평가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로 답할 것이다.
/안병진 창원대 교수 국제관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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