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겉으론 "선전"…속으론 고민*한나라 "압승은 아니지만 승리했다"/
10·30 지방 재·보선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패배, 민주당의 약진, 한나라당의 평작’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당이 기초단체장 5곳 중 하나만 이기고 광역의원 선거에서는 7곳 중 단 1곳도 건지지 못했다는 엄연한 결과는 민심의 이반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우리당은 겉으로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부영 의장은 31일 "극히 보수적인 철원에서 우리당 군수가 탄생했다는 것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철책선 사고, 국보법 논란의 와중에서 나온 이 같은 결과는 민심의 일단을 엿보게 한다"고 강변했다. 해남과 강진 결과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아성인데도 우리가 대단히 선전했다" "해남에서는 우리당 도지사 후보였던 민화식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표가 갈리지 않아 승리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 언급들은 소수 야당에나 어울릴 자위에 불과하다.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던 호남도 잃고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을 빼앗지도 못한다면, 우리당의 지지 기반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구도라면 내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전망도 어둡다.
철원의 승리도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지역 현안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 의장이 패배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도 "비록 몇 군데 안되는 재·보선이었지만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데서 속내의 일단이 드러나고 있다.
선거 패배를 계기로 여권의 정국 운영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온건파 의원들은 "강경 일변도로 가서는 안 되며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심세력들은 여전히 "이럴수록 더욱 선명노선을 취해야 하고 4대 개혁입법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어 국정 기조의 변화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나라당은 "압승은 아니지만 승리했다"며 여당의 패배에 포커스를 맞췄다. 선거 결과를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규정하고 압박용으로 활용,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