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져누운 동생이 혼자서 거동할 수 있을 때까지라도 체류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1999년 입국해 서울 구로구에 사는 재중동포 이동훈(39)씨는 요즘 이런저런 걱정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동거남의 구타로 졸지에 장애인이 된 여동생 영화(34)씨가 벌써 5개월째 병석에 누워 있으나 간병할 사람은 없고 정작 자신과 또다른 동생 동철(37)씨는 불법체류자 신세로 언제까지 머무를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침에 막일 등을 찾아 집을 나설 때마다 당국의 단속에 걸리지 않게 해달라며 기도를 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여동생 영화씨는 1995년 이모(41)씨와 국제결혼 해 한국국적을 취득하고 아들·딸 2명과 함께 살다 지난해 2월 이혼한 뒤 원모씨와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영화씨는 두 자식을 키우기 위해 공장과 식당 일을 번갈아 하며 애를 썼으나 주벽이 있는 원씨의 잦은 구타에 시달렸다. 그러다 지난 6월 영화씨는 원씨에게 심하게 얻어맞아 실신했고, 우연히 집에 들른 오빠 이씨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팔·다리가 마비되고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2급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씨는 경기 안산에서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 일용직을 전전하며 동생 간병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뒷바라지를 해줄 수 없는 두 조카는 동생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 남편에게 보냈다.
이씨는 3,000여만원에 달한 동생의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모았던 예금을 모두 털었고, 생활보호대상자인 영화씨에게 지급되는 월 30만원은 약값에도 못미쳐 동생 동철씨가 부산에서 노동일을 하면서 보내주는 월 30여만원과 자신이 막일을 해서 버는 40여만원으로 생활비와 치료비를 근근히 충당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 동생 동철씨는 7월부로 국내 체류기한이 끝났고, 이씨 자신도 지난 25일로 비자기간이 끝나 형제가 모두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이씨는 "보호자 없이 몸도 가누지 못하는 동생을 두고는 중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며 "앞으로 6개월여가 지나면 동생이 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일 수 있다는 병원 진단이 있으니 적어도 그때까지만이라도 체류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를 찾아가 사정을 호소했고, 교회측에서는 이들 3남매의 딱한 형편을 감안한 특별조치를 호소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조만간 법무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씨 3남매는 탄원서에 대한 정부 당국의 ‘배려’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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