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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극 '초야'

입력
200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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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에까지 등장한 캐나다 이민상품과 고용허가제 실시를 앞두고 엄격해진 정부단속을 피해다니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 지난해 언론매체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던 두 가지 사회적 이슈를 올 봄 대학로에서 ‘줄리에게 박수를’로 호평을 얻은 극작가 박수진과 연출가 손대원은 그냥 지나쳐버리지 못했다. 연극 ‘초야’(사진)는 섹시해보이는 제목의 뒤로, 우리사회의 응어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조명이 좁은 무대를 밝히면, 홈쇼핑 호스트들이 듣도 보도 못한 신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가 못간 농촌 노총각과 옌볜 처녀를 짝짓는 결혼상품이다. 이를 통해 경기 여주에 사는 40대 총각 채용과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고향을 떠나온 20대 옌볜 처녀 옥자의 초스피드 결혼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상품의 배후에는 옌볜 처녀와 남한 총각의 결혼을 이용해 고구려의 옛 영토를 회복하겠다는 야심찬 명분을 내세운 사회단체 고구려영토회복준비위원회가 있다. 옥자가 살고 있는 서울 가리봉동 쪽방촌에서 어수선하게 치러진 결혼식을 마친 뒤,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치르려는 순간 사이렌소리가 울리고 신부가 줄행랑을 놓는다.

옥자의 친구들인 ‘옌볜 제비’들의 노래와 춤은 흥겹고, 사회에서 소외돼 가리봉동 쪽방촌으로 밀려난 실업자들과 산업재해를 당한 불법체류 노동자의 삶은 신산하지만 해학이 있다. 소규모 마당극으로도 손색 없다. 당초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폭 넓게 다루려던 데서 방향을 틀어 옌볜 조선족에 이야기를 집중, 관객과의 정서적 거리도 가까워졌다. 외국인노동자 착취, 대량실업, 소비문화로 대표되는 상업주의에다가 고구려 역사귀속문제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주제의식을 쏟아내, 관객으로서는 과식까지 하는 느낌이다.

요즘 대학로에서는 우리 창작극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초야’는 ‘춘궁기’ 등으로 기대를 모아온 박수진의 작품답게 승산이 있어보인다. 극장 상상블루에서 11월7일까지. (02)762-0810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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