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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찔린 한나라 "지도부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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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찔린 한나라 "지도부 뭐했나"

입력
200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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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9일 이해찬 총리 파면을 촉구하며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강수를 뒀지만 내부엔 "실기(失機)" "우왕좌왕" 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강공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 과정자체가 석연치 않고, 결과적으로 이 총리에게 말려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이는 28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의 대응 실패 때문이라는 데 당 안팎의 진단이 일치한다. 야당 의원을 상대로 한 이 총리의 공격적 반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월의 첫 대정부 질문에서도 이 총리는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이 박근혜 대표의 패러디 사진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데 대해 "청와대의 인권유린 범죄행위"라고 주장하자 "면책특권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말라" "상식적인 말씀을 하라"고 맞받았었다. 초선인 박 의원은 당황해 단상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전례가 있는 데도 이 총리의 반격에 대비한 어떤 시나리오도 없이 대정부질문에 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질문에 나섰던 의원들뿐 아니라 원내대표단도 전혀 대비책을 마련해두지 않아 허를 찔리고 만 것이다.

미숙한 대응은 계속됐다. 한 3선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이 총리의 발언이 나왔을 때 김덕룡 원내대표가 곧장 의원들을 퇴장 시키고 강하게 나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표도 본회의장에서 강경대응을 주문했지만 원내대표단은 움직이지 않았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거듭 요청하다 거부 당하는 수모만 당했다. "김 원내대표가 자신의 온건 이미지를 지키려다 실기한 것"이란 분석이 그래서 나왔다.

현장에서의 대응 실패는 당 분위기를 급격히 강경쪽으로 흐르도록 했다. 뺨을 맞고 나온 의원들은 격앙해 지도부를 향해 분풀이를 시작했다. 원내대표 퇴진 요구도 있었다.

코너에 몰린 김 원내대표는 29일 강수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당 안팎에선 "전날 현장에서 대응만 잘 했어도 이렇게까지는 가지 않는데…"라는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주목해 봐야 할 점은 향후 지도부의 균열여부다. 일단 잠복 양상이지만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내에선 박 대표보다는 김 원내대표에 대한 원성이 크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강수를 둠으로써 일단 소나기는 피했지만 당내 강경파들의 총구는 언제든 그를 향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더 이상 국회를 공전시킬 명분을 찾지 못한 채 다시 들어가야 할 상황이 오면 원내대표 인책론이 폭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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