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와 완전한 세계/김혜진 지음 바람의 아이들 발행·1만3,000원완전함이란 무엇일까. 불완전함이란 무엇일까. 완전함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고, 불완전함이 꼭 결핍일 수 만은 없다고 말하면 철학적 궤변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어린이가 이런 말을 이해하기란 난감한 일일 것이다.
‘아로와 완전한 세계’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판타지 동화치곤 별나게도 이 골치 아픈 주제를 다루고 있다. 5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고 짜임새 있게 엮어져 있어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줄거리는 어느날 아주 우연하게 완전한 세계로 들어가게 된 열 두 살 소녀 아로의 환상적인 모험담이다. 도서관에서 ‘완전한 세계의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한 아로가 그 책 표지에 달린 브로치를 떼어 자신의 가슴에 다는 순간, 낯선 세상이 펼쳐진다. 완전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자동으로 기록되는 그 책은 불완전한 세계에서 읽는이가 와서 읽어줘야만 종이가 비워져 새 역사를 기록한다. 그런데 오랜 세월동안 읽는이가 오지 않는 바람에 이야기가 쌓이고 고이고 넘치고 썩으면서, 완전한 세계에 문제가 발생한 참에 아로가 온 것이다.
‘읽는이’가 되어버린 아로는 그 책을 읽기로 한다. 그런데 책이 없어져 버린다. 아로는 없어진 그 책 대신 완전한 세계의 열 두 나라가 각각 12분의 1씩 나눠 갖고 있는 사본을 구해 오는 긴 여행에 나서게 된다. 마법과 지식의 별꽃나라, 인어들이 함께 사는 호수섬, 광활한 초원 나라, 다채로운 색의 나라, 음악이 울려 퍼지는 노래 나라, 바다 건너 섬나라, 신비로운 공간들의 건축도시, 밤과 어둠의 가면나라, 꿈을 자아내는 꿈의 사막… 그 과정에서 아로와 친구들은 많은 난관에 부닥치고 위험에 빠지기도 하면서 용기와 지혜를 배우고 희망의 힘과 슬픔의 온기도 깨닫게 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원본 책을 훔친 이는 완전한 세계의 최고 현자 유하레다. 그는 완전한 세계가 불완전한 세계에 의존해서 읽는이를 기다려야 하는 데 불만을 품고 스스로 읽는이가 될 야심으로 책을 훔치고 열 두 나라를 갈라 놓아 전쟁까지 일으킨다. 유하레의 방해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아로는 12권의 사본을 모두 모아서 돌아와 읽음으로써 완전한 세계를 구한다. 불완전한 세계에서 온 읽는이가 완전한 세계를 구한다는 설정은 ‘완전한 세계는 아름답지만 닫혀 있는 반면, 불완전한 세계는 미완성이기 때문에 변화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불완전한 세계 없이 완전한 세계는 없다’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심각한 존재론적 고민을 독특하고 매력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서 멋진 판타지로 풀어낸 작가 김혜진은 놀랍게도 이 책이 첫 작품인 25세의 신예다. 데뷔작으로 뛰어난 문학적 성과를 거둔 셈이다. 앞으로 그가 쓸 작품이 기대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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