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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북녘의 누이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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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북녘의 누이야, 미안하다

입력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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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땅 어디에선가 살고 있을지, 아니면 죽었는지도 모를 누이, 분금(粉金)아!이 오라비는 네가 월남한 가족이 많아서 고난을 당했다고 해도 끈질기게 살아 남아 있으리라 믿고 이 글을 북녘 하늘을 향해 보낸다.

분금아, 미안하다. 나만 여기서 호강해서. 우리 가족은 여기서는 중류 중에서도 아래쪽에 속하는 살림이지만 거기는 어려운 사람 얘기가 많이 들려 늘 미안하구나. 우리 가족 사는 얘기를 하마.

네 올케는 지독한 짠순이라서 자기가 신을 양말을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싸구려로 사 신는단다. 여섯 켤레에 3,000원 받으면 굉장히 싸구려 양말이지. 버스는 세 정거장 거리가 돼야 타고, 두 정거장 이내의 거리는 안 타지. 60대 초반 할머니인데도. 지난 여름은 10년 만에 찾아온 지독한 무더위인데도 딱 하루만 에어컨을 켰단다.

그렇지만 4박 5일 코스로 제주도에 피서를 다녀오기도 했단다. 세 가족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위하여 100만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쓰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결과란다. 북한 땅 어느 곳에선가 어렵게 살 너와 네 가족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그 때 김포공항에서 탄 비행기에는 서울 문래초등학교 어린이들이 30명 가량 탔더라. 이들을 나는 유심히 살펴봤지. 비행기를 처음 타 본 아이가 얼마나 될까하고 말이야. 4학년인 그 녀석들 중에서 비행기 창 밖을 애써 내다보면서 신기하다고 떠드는 아이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단다. 이미 여러 번 비행기를 타 봤다는 증거가 아니겠니?

그러면서 네 생각을 하노라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 오직 하나뿐인 누이인 네가 지금쯤 할머니가 되어 매일 먹을 것은 어찌 해결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내 가슴은 고향의 북대천 강물 같은 물줄기가 흐르는 느낌이란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너를 사랑하는 오라비의 간절한 이 뜻을 하늘이 전달해 주시어 네가 절망하지 않고 통일의 그 날까지 굳세게 살아 남기를 바란다.

nah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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