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방식의 획기적인 변화이다.여러 과목과 단원의 소재를 한 문제에 녹이는 방식의 통합교과적 출제에서 벗어나 각 과목별 교과과정 출제로 변경된 것이다. 수능이 도입되기 전인 1994년 이전에 시행됐던 ‘학력고사’ 성격으로 사실상 회귀한 셈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2008학년도 수능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혀, 과목별 출제가 되더라도 단편적 지식을 묻던 종전 학력고사와는 성격이 판이할 것임을 내비쳤다.
수능 성적도 표준점수 및 백분위점수는 수험생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등급(1~9등급)만 알려 준다. 수능에 의한 치열한 성적 경쟁과 이를 위한 사교육 열풍을 막고 학교생활기록부 위주의 대입전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수능 문제는 고교 2, 3학년 때 가르치는 선택중심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할 방침이다.
출제위원 중 고교 교사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교실수업 및 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시험영역(과목)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선택 대상 과목수를 현재 51개 과목에서 다소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시험 횟수는 문제은행식 체제가 구축되는 2010년부터 연 2회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학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하루에 시행하는 수능시험을 이틀로 나눠 치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개선안의 또 다른 관심사는 소외계층에 대한 특별전형 활성화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유공자의 후손이나 소년소녀가장, 산업재해자 등이 고등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원내 특별전형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2005학년도부터 농어촌 학생 특별전형을 현행 3%에서 4%로 확대하고, 특수교육대상자 등 정원외 특별전형을 통한 선발인원도 최대한 늘릴 계획이다.
지역균형 선발 특별전형도 확대된다. 교육부는 "지역별로 잠재력 있는 학생을 학생부 위주로 균형 있게 선발할 수 있도록 대학측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의 경우 2005학년도 수시모집부터 정원의 20~40% 범위 내에서 이 제도를 도입키로 해 타 대학이 뒤따를 지 주목된다.
교육부는 고교에 올바른 진학정보를 제공하기위한 ‘대학정보공시제’에도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신입생 충원율, 교원 1인당 학생수, 졸업생 취업률, 학교 재정현황 등 대학의 교육여건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표를 공개해 수험생들의 학교선택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현행 고등교육법에 공시제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대학들이 "인위적으로 대학을 까발리는 것은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학생부 어떻게 바뀌나-원점수와 석차등급 표시 교과별 독서활동도 기록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는 교과영역 성적의 신뢰도를 높이고 각종 비교과 활동을 폭 넓게 반영하는 쪽으로 바뀐다. 교과영역은 ‘성적 부풀리기’방지를 위해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절충한 형태로 성적을 매기고, 비교과 영역은 독서 봉사 특기활동 등을 기록한 사실상의 ‘이력철’형태를 갖춘다.
교과성적엔 ‘원점수+석차등급 표기제’가 도입된다. 절대평가로 대부분의 학생이 ‘수’나 ‘우’를 받았던 성취도(평어) 대신, 과목 평균과 표준편차가 병기된 원점수가 표기된다. 특정과목 성적표에 ‘95/70(10)’으로 표시되면 평균이 70점이고 표준편차가 10인 상황에서 95점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성적 부풀리기 여부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대학도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를 활용해 학생의 상대적 위치를 보여주는 표준점수를 산출함으로써 성적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과목별 석차(석차/재적수)는 ‘석차등급(이수자수)’으로 바뀌고 9등급제가 시행된다. 현행 성적표에 ‘3(16)/513’이라고 씌어 있다면 513명 중 3등이며 같은 3등이 16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표기방식이 ‘3(513)’, 즉 513명 중 3등급이라는 의미로 변경된다. 높은 석차를 얻기 위한 과열 경쟁과 동일 석차 발생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일선 학교는 대입 전형 때 서류평가 및 면접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독서활동, 특별활동,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도 충실히 기록해야 한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2006년까지 교과별 독서 매뉴얼을 개발, 시범 운영한 뒤 2007년 고교 신입생부터 독서활동을 교사가 확인해 학생부에 기록하고 이를 2010년 대입 전형에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사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교수 및 학습계획과 평가계획 및 내용, 기준을 학교 홈페이지 등에 공개토록 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왜 9등급제인가-변별력·과열 방지 절충
수능을 9등급제로 하고 1등급의 비율을 4%로 확정한 것은 다분히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등급 수를 9등급보다 더 줄이면 같은 등급에 너무 많은 학생이 몰려 변별력 상실에 따른 수능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고, 등급을 더 세분화했을 때는 치열한 수능 경쟁을 막을 수 없어 결과적으로 학생부 활용도를 저하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가령 수능 응시자를 60만명으로 가정할 경우, 등급을 5개로 나누면 1등급이 6만명으로 너무 많고, 15개로 나누면 1등급이 1만8,000명으로 너무 적다. 9개로 나누면 1등급은 2만4,000명 수준이다.
등급 비율은 ▦1등급 4% ▦2등급 7% ▦3등급 12% ▦4등급 17% ▦5등급 20% ▦6등급 17% ▦7등급 12% ▦8등급 7% ▦9등급 4%이다. 1등급 비율을 당초 개선안대로 4%로 유지한 것은 수능 변별력 약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학생부 석차등급과의 일관성을 고려한 결과다. 수능의 1등급 비율을 일부의 주장대로 7%로 확대할 경우, 오히려 학생부의 변별력을 낮춰 내신 중심의 대입전형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학생부 등급 및 비율도 수능과 같다.
5등급제로 하면 같은 등급 학생이 너무 많아져 대입 전형의 선발자료로 활용하기 어렵고, 15등급 이상은 7차 교육과정상 과목 개설 최소인원(20명 이상)을 감안할 때 석차등급을 매기기가 곤란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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