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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우리집의 어리숙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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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우리집의 어리숙한 남자들

입력
200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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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형수가 말했다. "상희 아빠는 지갑 속에 은행카드를 넣어 다니기는 하는데 그걸 이용할 줄 몰라요."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산 다음 돈이 부족하면 카드로 계산하면 되는데 그걸 할 줄 몰라서 전화를 걸어 돈을 가지고 나오라고 한다는 것이었다.그 말을 받아 아내가 말했다. "상우 아빠도 그래요." 나 역시 작가로 전업하기 전 금융기관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는데도 개인적인 일로 은행을 이용하는 일이 여전히 낯설다. 단 한번도 내가 다니는 회사 1층 창구에 공과금 명세표를 디밀어본 적이 없다. 카드도 낯설어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밖에 나갈 때 지갑에 현금 10만원이 없으면 마음이 영 불안하다. 때로 아내가 현금 대신 카드를 내밀면 그걸 나보고 어떻게 쓰라는 거냐며 버럭 화를 낸다.

두 며느리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말했다. "너희 아버지가 꼭 그렇단다." 아버지는 농협 조합장을 오래 지낸 분인데도 다른 은행에서는 어떻게 돈을 찾는지 몰라 십리나 되는 그곳을 늘 찾아가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고부가 내린 결론: 남자가 이러면 여자의 시중이 늘어 피곤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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