뱉거나 토한 음식을 아이에게 다시 먹이는 등 위탁 아동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했다는 고발이 제기돼 수사를 받았던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검찰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누명을 벗게 됐다. 당시의 증언들은 어린이집 내부의 갈등으로 조작됐던 것으로 밝혀졌다.28일 서울동부지검에 따르면 서울 한 구청의 위탁운영 어린이집에서 돌이 갓 지난 영아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했다는 고발이 부모들로부터 접수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던 보육교사 문모(23·여)씨 사건을 무혐의로 종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조사에서 문씨가 아동들을 학대하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한 교사들이 검찰에서는 진술을 번복하는 등 증언에 신빙성이 없고, 다른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학대의 실체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내부 회의 등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6일 이 어린이집의 인터넷 게시판에 한 선생님이 문씨의 아동 학대사실을 고발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면서부터. 원장은 즉시 이 글을 지웠으나 게시판을 통해 이미 내용을 접한 부모들의 항의가 시작됐고, 부모들은 문씨와 같은 반에 있던 백모(30·여)씨 등 동료 교사 3명으로부터 "아이가 토한 것을 다시 먹이고, 우는 아이에게 걸레를 물렸다" "배변을 실수하면 싱크대에 올려놓고 허벅지와 엉덩이를 심하게 때렸다" "아이들의 팔을 잡아당겨 벽에 머리를 부딪히게 하고, 이름 대신 ‘바보’ 등의 비속어로 아이들을 불렀다"는 등의 증언을 확보했다. 결국 원장은 8일 문씨를 해임했으나 부모 대표 김모씨 등은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문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문씨와 원장의 처벌을 요구했다. 또 이들의 주장이 방송 등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백씨 등이 자신들보다 늦게 들어온 문씨가 원장의 편애를 받자 평소 시기해 왔고, 지난해 유아반 주임이었던 백씨가 원장과의 갈등으로 영아반으로 옮겨와 불만이 있었다는 다른 교사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또 원장의 딸이 어린이집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다른 선생님들의 불만이 높았으며, 일부 학부모들이 종교재단의 어린이집 운영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등을 추가로 밝혀냈다. 결국 검찰은 " 사건의 발단이 한 선생님의 개인적 잘못이기보다는 어린이집 내에 원장과 재단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가진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간에 편가르기 싸움에서 문씨가 희생양이 된 것으로 판단했다" 고 결론지었다.
문씨는 "개인적으로 억울하지만 그 동안 언론보도 등으로 받은 상처가 너무나 크다" 면서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 10월 사임한 강모(53·여) 원장은 "재단측과 상의해 명예훼손 등에 대해 추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 대표 박모(38)씨는 "검찰의 수사 결과가 당혹스럽다" 면서 "다른 학부모들과의 회의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 고 밝혔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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