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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 울린 ‘기적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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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 울린 ‘기적의 구조’

입력
200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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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명이 숨지고 2,300여명이 부상한 일본 츄에츠(中越) 지진에서 어머니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탄 채로 산사태에 휩쓸려 행방불명 됐던 두 살 배기 아기가 27일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그러나 함께 구조된 어머니는 숨져 하루종일 TV 앞에서 구조 장면을 지켜보던 전 일본 국민을 눈물 짓게 했다. 도쿄(東京) 소방청 구조대는 이날 오후 2시께 니가타(新潟)현 나가오카(長岡)시 산사태 현장에서 승용차에 탄 채로 바위와 흙더미에 묻혀있던 주부 미나가와 다카코(皆川貴子·39)씨와 아들 유타(優太·2)군을 발견했다.23일 발생한 최초 강진으로 어머니와 두 자녀가 탄 승용차가 토사더미 아래에 갇힌 지 꼬박 나흘 만의 일이었다. 승용차가 묻힌 곳은 바로 아래에 시노가와(信濃川)강의 급류가 흐르는 급격한 경사면이었다. 구조대는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오후 2시39분께 유타군을 무사히 구출, 전 일본 열도를 들뜨게 했으나 어머니와 딸의 생사확인이 늦어지면서 감동은 이내 초조감으로 변했다.

어머니 미나가와씨는 오후 3시께까지는 구조대원이 거는 말에 대답을 했지만 승용차가 집채만한 바위 사이에 끼어 구조작업이 난항을 겪은 끝에 오후 4시45분 구조했을 때는 심폐정지에 빠졌다. 곧 헬기편으로 병원에 옮겨져 소생시술을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고 오후 7시께 사망이 확인됐다.

이어진 철야 구조작업에서 딸 마유(眞優·3) 양도 승용차 바닥을 가득 메운 흙더미에서 생체반응이 없는 상태로 신체일부가 드러나 숨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생사확인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유타군은 구조대원의 목에 자기 힘으로 매달리는 등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유타군은 시종 엄마를 찾았으며 "갇혀있는 동안 보온병의 우유를 마셨다"고 말했다고 병원측이 전했다.

구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 차례 여진으로 경사면이 흔들려 잠시 작업을 멈추는 장면이 생방송돼 TV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유타군을 구조한 뒤 무거운 바위를 더 이상 들어낼 수 없게 되자 구조대원 30여명은 공기압으로 물체를 절단하는 ‘에어 커터’로 차체 일부를 잘라낸 끝에 어머니 미나가와씨를 끌어냈고 열추적장치 등으로 마유양이 묻힌 장소를 찾고 있다.

주민 100여명과 함께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아버지 미나가와 마나부(皆川學·37)씨는 "반드시 살아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며 아들의 생존에 기쁨을 표시했지만 곧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통스런 슬픔을 삼켜야 했다. 도쿄(東京)의 회사에 단신 부임해 근무하는 아버지 미나가와씨는 지진 발생 다음날부터 아기 우유와 기저귀, 주먹밥 등을 가득 채운 배낭을 메고 여진이 계속되는 곳곳의 대피소와 피난 천막, 병원을 돌아다니며 부인과 자녀들을 찾아왔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츄에츠지방에는 이날도 리히터규모 6.1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23일의 본지진 이후 모두 480여회의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져 10만 3,000여명이 피난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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