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처럼 정면돌파를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가.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해 노 대통령이 26일 "국회 입법권이 헌재에 의해 무력화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정 질서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정면 비판하자 이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노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 때마다 타협하기보다는 ‘올인 승부수’를 던지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초 측근의 대선자금 수수 비리 사건이 터지자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재신임’ 공약을 던진 데 이어 국민투표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금년 3월 야당이 대통령의 총선 개입 발언 등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던 때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총선 결과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면서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했다. 결국 탄핵안을 가결시킨 야3당이 메가톤급 역풍을 맞아 총선에서 패배하자 노 대통령의 올인 전략은 나름의 평가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7월8일 인천지역 혁신발전 토론회에서도 "저는 이것(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을 대통령 불신임, 퇴진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정면 돌파 스타일을 여전히 보여줬다. 이에 앞서 헌재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한 직후인 5월15일 노 대통령은 ‘화합과 상생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정치’ 등을 약속하면서 "또 한번의 거짓말이 되지 않고 책임 있는 약속이 될 것인가를 고심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생의 정치는 불발됐다. 총선 직후 잠시 화합의 제스처를 보여주던 여야는 곧 서로를 공격하면서 대결 정치에 돌입했다. 노 대통령도 과거사 규명과 국가보안법 폐지 의지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갈등의 최전선에 섰다. 노 대통령은 8월초 "무조건 포용하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 그 말은 잘못된 것을 받아들이라는 요구와 마찬가지"라며 현상타파를 위한 결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여권의 핵심 인사는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고 개혁을 추진하려면 쉽게 타협하기 보다는 정도를 걷지 않을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의 스타일을 변호했다.
상생의 정치가 실종된 데 대한 책임소재를 두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여권은 "야당과 보수세력들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과 여당이 개혁입법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노 대통령이 먼저 국민통합의 정치를 위해 앞장 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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