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전선 철책선 절단사건과 관련, 민간인이 단독으로 월북했다는 군 합동신문조의 발표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 다음날인 27일 윤광웅 국방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인 합신조의 조사결과를 믿어달라"고 강조했고 군도 정황증거를 추가 공개했으나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군 발표는 터무니 없다" "휴전선 철책선이 목장 철망이냐"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합동참모본부는 민간인 단독 월북으로 결론을 내린 데 대해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자 이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들을 추가 공개했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지역 철책선에서 30~40c 떨어진 곳에 영농지가 있어 민간인이 출입할 수 있다"며 "용의자는 이 부근에서 3,4일간 은신하며 지형을 사전 정찰한 후 안개가 심한 날을 택해 월북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변 지형이 그다지 험하지 않아 민간인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가장 남쪽 철책선 앞에서 북쪽을 향해 무릎을 꿇었던 자국과 돌부리가 북쪽으로 넘어진 흔적이 발견됐고 북쪽 철책선에서는 북쪽으로 손바닥을 짚은 자국이 발견됐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그러나 최전방 경계근무 경험이 있는 전역자들은 "민간인이 아무리 준비를 한다 해도 비무장지대(DMZ) 안 최전방경계초소(GP)에서까지 발견되지 않고 3중 철책망을 뚫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DMZ 안은 지뢰밭이어서 군 수색조도 정해진 루트로만 다닌다는 점을 감안할 때 2㎞를 무사히 통과해 북으로 가기가 용이하지 않다. 한 전역자는 "중부전선은 험난해 북한군이 침투전술을 총동원해도 DMZ를 통과할 확률이 희박한데 민간인이 월북했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합참의 추가 발표대로 용의자가 철책선을 끊기 전까지 3,4일 동안 민통선 이북 영농지 주변에서 은신했다면 군인 등에 의해 목격됐을 가능성이 매우 큰데도 행적이 전혀 포착되지 않은 점은 새로운 의문점이다. 이와 관련, 군은 월북자가 군부대 초소 근무시간 등을 미리 파악한 것으로 보고 최근 10년간 이 부대 전역자나 부대 종사자들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북자가 발생했을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이 북측의 관행이지만 아직 북한에서 월북과 관련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사실도 민간인 단독 월북이라는 발표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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