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사전 환경성 검토 등 중앙정부의 환경 규제권을 지자체에 넘기는 행정개혁 방안을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내실 있는 지방분권화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당연히 검토할 만하지만 그동안의 현실로 보아 환경 악화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지자제 실시 후 지난 10여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도로 개량·확장·신설 공사가 이뤄졌다. 터널을 뚫고, 굽은 길을 펴느라 피워 올린 먼지가 전국에 자욱했다. 또 배출업체 관리 업무 등 지방에 이양된 일부 환경규제가 날로 엉성해지고 있다. 오랜 지방 소외 경험이 낳은 지자체의 개발 우선 성향, 지방 공무원의 전문성 결여, 지역기업·주민과의 연고 등이 적절한 환경규제를 제약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환경 문제에 민감하다는 사례도 이런 현실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국가 차원에서든 지역 차원에서든 개발의 시대를 거쳐서야 환경 문제에 대한 자각이 싹텄다.
이론상 주민에게 맑은 공기와 물을 공급하고,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 지자체의 기본 임무다. 그러나 이런 책임감은 개발 효과에 대한 집착에 밀린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단체장은 단기 실적에 매달리게 마련이다. 이론과 실제의 이런 괴리야말로 정부 정책이 고려할 구체적 현실이다.
2000년 8월 도입된 사전 환경성 검토는 환경영향평가보다 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역 개발을 규제해 왔다. 환경부가 맡아 온 그 권한을 굳이 지자체에 넘기려면 최소한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의 환경 정책을 중앙정부가 엄격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지방교부금 지급과 연계하는 등의 대책이 없는 한 환경 규제권의 전면적 지방 이양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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